지난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재심을 담당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28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44) 경위만 유일하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박 경위 등 경찰관 2명은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박 경위는 이날 재판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명확하게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재심청구인을 경찰서로 데려가기 전 여관으로 데려가 범행을 추궁하는 등 불법 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박 변호사는 "진범으로 몰린 최씨가 여관에서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을 했지만 이를 정확히 인정하는 경찰은 없었고, 경찰 측에서 부인할 경우 입증할 방법도 없었다"며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모르쇠로 일관한 다른 경찰과 달리 박 경위는 일부 사실을 인정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익산의 한 교차로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가 흉기에 수 차례 찔려 살해당한 사건으로 현장을 지나던 최모(32·당시 16세)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최씨는 이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경찰의 강압과 구타, 증거 부실 등 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최근 재심이 결정돼 광주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박 변호사는 "법원의 재심 결정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을 지목해주는 것"이라며 "재판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 빨리 검찰은 진범에 대한 수사 계획을 밝히고, 재수사를 통해 반드시 진범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의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20일 광주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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