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이번엔 'X밴드 레이더' 논란…주민들 항의 봇물

기사등록 2016/09/27 16:34:45

최종수정 2016/12/28 17:42:00

"사드와 같은 수준 전자파…기상청, 일방적 결정"
 대책위, 28일 오전 11시 기상청 앞 반대 집회
 기상청 "71m 이상 거리 안전…유해성 없다" 해명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지난 여름과 최근 지진 사태 때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아 '오보청'이라는 오명까지 썼던 기상청이 이번엔 'X밴드 레이더' 설치를 두고 서울 일부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기상청은 "해당 레이더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X밴드 레이더가 인체에 해(害)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미국 기상업체가 제작한 X밴드 레이더 3대를 3년간 48억원에 임차해 내년 4월까지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과 인천 중구 인천기상대, 평창군 황병산 등 세 군데에 설치할 계획이다.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면 레이더 중심으로 반경 50~60㎞, 고도 1㎞ 범위에 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호우, 폭우 등 비와 관련된 재난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주거 밀집 지역 설치 반대"…주민들 집단행동 나서

 동작구청에 따르면 X밴드 레이더 설치 장소인 기상청 옥상은 인근 아파트, 초·중·고등학교(보라매초등학교·대방중학교·수도여고), 병원(보라매병원), 공원 등과 인접해 있다.

 기상 레이더가 국내 주거 밀집 지역에 설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주민들은 기상청이 철저히 안전성 검사를 마친 후 이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대방동에 사는 박모(39)씨는 "사드와 같은 수준의 전자파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어린 딸과 곧 태어날 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기상청은 레이더 설치에 대해 주민 동의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불쾌해했다.

 임모(52)씨는 "아내와 함께 대림동에서 보라매공원으로 자주 산책을 다니고 있다"며 "20년을 넘게 이곳을 찾고 있어 (이번 논란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기상청에 항의 할 계획이라고 하던데 한 번쯤은 시간을 내서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기상청 옥상과 근접 거리에 있는 아파트는 현재 부동산 거래도 잘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작구 주민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인근 노인정에서 수시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작구청 관계자, 구의원, 동작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X밴드 레이더 설치반대운동본부 대책위원회'도 구성됐다. 이들은 주민 1000여명과 함께 28일 오전 11시 기상청 앞에서 X밴드 레이더 설치를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드 레이더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어 전자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기상청은 해당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설치장소를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상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내년 4월까지 해당 레이더를 설치하고 5월부터 전자파 가동 측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설치부터 한 후 뒤늦게 전자파를 검증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28일 집회를 시작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에도 자료를 제출해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안건으로 다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기상청과 면담은 물론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설명회 개최 등도 요구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기상청이 X밴드 레이더 설치를 철회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자파 신고 대상 아냐…유해성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X밴드 레이더가 유해성이 없을 뿐더러, 레이더는 위로 쏘는 것이므로 사람에게 전자파가 가지 않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안전거리는 레이더 주 탐지방향에서 71m 이상, 레이더 아래에서 7m 이상이다. 기상청 본청 옥상에 위치한 첨탑이 13m인 데다가 레이더 관측 고도 각도 0.7~90도 이상을 유지하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동작구에 있는 고층 아파트도 기상청과 71m 밖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해성과 거리가 멀다"고 자신했다.

 사드와 같은 주파수 사용에 대해서도 "해당 주파수 대역은 항공이나 해양 관제에서도 쓰인다"면서 "사드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제조사로부터) 증명됐지만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설치 후 전자파를 검증한 후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X밴드 레이더가 첨탑 위에 설치하더라도 -5도 아래로 틀어지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레이더는 위로만 쏜다. 0도 이하로는 내려오지 못하도록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으로 설치가 돼 있다"며 "50년 동안 레이더가 0도 이하로 내려가는 걸 관측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은 도쿄, 오사카 등 번화가를 포함해 일본 전역 41곳에 X밴드를 설치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책위에서 찾아와 X밴드 레이더와 관련해 설명드렸다"면서 "향후 주민설명회를 요청한다면 얼마든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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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이번엔 'X밴드 레이더' 논란…주민들 항의 봇물

기사등록 2016/09/27 16:34:45 최초수정 2016/12/28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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