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 와요' 김광림 "40년 극작 인생 들려드릴게요"

기사등록 2016/08/19 14:09:13

최종수정 2016/12/28 17:31:54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극작 마스터클래스 여는 '날보러와요'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연극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6.08.1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극작 마스터클래스 여는 '날보러와요'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연극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6.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극작에서 특별한 건 인물 간 충돌에서 나온다. 축구 경기와 흡사하다. 결국 누가 이길지 궁금해하지 않나. 연극을 끌고 나가는 에너지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가 궁금하도록 충돌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연극계 대표적인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64·한예종 연극원 교수·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극작 마스터 클래스를 연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남산예술센터가 23~25일 신진 극작가와 극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여는 '2016 극작 강의 & 마스터 클래스' 마지막 날 2시간 강의하고 질의·응답을 받는다. 40년 가까운 극작 인생에서 쌓은 경험담과 노하우를 들려준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김 교수는 "연극과 극작에 대한 내 기본적인 생각들을 편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라며 "큰 걸 얻어야겠다는 생각보다 편하게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웃었다.  

 김 교수는 한예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잘 쓰는 사람보다 버티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고 말해왔다. "극작이 다른 (글 쓰는) 장르와는 다른 건 기술이다. 물론 사상, 예술성, 문학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기술은 천재가 아닌 이상 한 번에 습득하기 힘들다. 오래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1970년대 창작극을 중심으로 의식 있는 연극 운동을 펼쳤던 대표적인 단체(서울대 연극반)와 극단(연우무대)을 두루 거친 김 교수는 이번 마스터 클래스를 준비하면서 예전 글 쓸 때는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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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극작 마스터클래스 여는 '날보러와요'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연극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6.08.19.  [email protected]
 "내가 연극을 시작했을 때는 차범석·이근삼·오태석·이강백 선생님 등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창작극이 거의 없던 때다. 번역극 일색이라 노랑 가발 쓰고 외국 옷 입고 더빙 어조로 연극을 했다. 그 당시 우리말로 연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라도 우리 이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지, 그래서 주변 이야기를 하게 됐고."

 도시 빈민을 다룬 그의 데뷔작 '아침에는 늘 혼자예요'(1978)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런 창작극을 선보이는 것이 예술운동의 성격을 가졌다고 김 교수는 자평했다. "연우무대는 한국 현대 예술사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단체"라는 것이다.

 이후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김 작가는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UCLA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서울예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극작에서 기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한예종으로 옮기고 극작 커리큘럼을 짜면서 자신도 배워나갔다.

 "정작 나는 내가 가르치는 극작술대로 쓰고 있지 않더라. 나는 이전에 글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으니까. 영어로 된 책을 읽고 거기에 따라 쓰는 것이 전부였지. 그래서 '나도 내가 가르치는 방식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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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극작 마스터클래스 여는 '날보러와요'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연극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6.08.19.  [email protected]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1996년 '날 보러 와요'다. 미해결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이 연극은 꼼꼼한 취재와 치밀한 구성으로 극작의 전범으로 통한다. 진실 찾기가 핵심 주제로 국가 시스템의 문제 등의 곁가지도 잘 뻗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후 양식적 실험에 관심을 기울였다. 한예종 제자들과 함께 만든 극단 우투리가 대표적이다.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양식화하는 작업은 한 극단인데 프랑스 등 유럽에서 호평을 받았다. 현재 공연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예술인들도 배출했다. 퓨전 국악 그룹 '고래야', 해금연주자 꽃별, 연출가 변정주 등이 이 극단 출신이다.

 지난해 국립극단과 손잡고 선보인 '슬픈 인연'은 김 교수의 이야기꾼 면모를 다시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자신을 남겨놓고 도주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로 인한 죄의식에서 벗어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배우들이 실제 연주한 곡의 앙상블이 상처를 보듬어줬다.  

 "개인에게 아픔을 준 사회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화해하려면 우선 그걸 알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투적이 아닌, 온건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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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극작 마스터클래스 여는 '날보러와요'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연극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6.08.19.  [email protected]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이 재단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가 '희곡 창작 담론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는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사실 연극은 사적 영역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두기에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공공기관인 남산예술센터에서 사적 영역이 성장하도록 잘 돕고 있다.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지. 하지만 그 사적인 영역이 공공영역으로 완전히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런 선을 지켜야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극작가들에 대해서는 공동 창작 방식에 대해 흥미롭게 여겼다. "작가 한 명이 다 써서 연습하고 공연을 올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는 것이 보기 좋더라. 연극을 만드는데 더 희망이 보인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덜 얽매여 있고 자유롭다. 생각 자체가 다르더라. 하하하."

 신작에 대서는 한창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예술의 의미에 관해 쓰고 싶은데 어려운 소재라서 손을 못 대고 있다. 이것저것 시도하는 중이다."  

 동시에 올해 초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 2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인 '날 보러 와요'의 대학로 무대(9월21일~12월11일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를 준비 중이다. 베테랑들이 함께 이전 공연과 달리 이 연극에 처음 합류하는 배우들 위주로 꾸린다.  

 "이번에 함께 하는 배우 중에 '날 보러 와요'를 보지 못한 배우들도 많더라. 그러니 역할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기존 배우들과 완전히 다른 것이 나오더라고. 20년 동안 먼저 한 사람이 세팅해놓은 울타리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것들이 다 부서질 듯하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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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러 와요' 김광림 "40년 극작 인생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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