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 의식, 세계 통용 보편성 '무인양품 디자인'

기사등록 2016/01/15 09:16:39

최종수정 2016/12/28 16:28:06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제품에는 색을 넣지 않고, 염색도 하지 않는다. 제품 어디에도 로고는 보이지 않는다. 무인양품 디자인은 극단적일만큼 평범하다.

 그러나 무인양품이 지금껏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상품 수는 7000점이 넘는다. 전 세계 700여 매장을 운영 중에 있으며 2년 연속 20%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2014년 매출은 2250억엔(2조1000억원)에 이른다.

 세계가 무인양품에 열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인양품 디자인'에서 세계적인 생활잡화 기업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과 비전, 그리고 경영 전략이 밝혀졌다.

 저자는 1987년 창간된 일본의 디자인 전문 월간 '닛케이디자인'이다. 무인양품 제품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60), 하라 켄야(58) 등을 비롯해 무인양품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과정과 경영 철학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무인양품 고문위원을 맡고 있는 하라 켄야는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은 "일본문화의 큰 뼈대인 '공(空)', 즉 여백의 미의식에 있다"고 말한다. "무인양품은 '일본다움'이 세계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유행을 좇지 않되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으로 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면봉부터 링노트의 모양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디자인 톤을 유지, 무인양품의 철학이 하나로 관통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무인양품은 '생활을 위한 양품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고객의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거나 '파운드 무지'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각지에서 '무인양품스러운' 물건들을 수집하고 상품화한다. 무인양품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집을 방문해 그 쓰임을 확인하는 '옵저베이션' 조사도 큰 축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닙니다. 무인양품은 개성과 유행을 상품으로 삼지 않고 상품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습니다. 무인양품은 소비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며 상품을 만들어왔습니다. 무인양품은 '이것이 좋아' '이것이 아니면 안돼'처럼, 강한 기호성을 유발하는 상품 생산 방식을 바라지 않습니다. 무인양품이 목표로 하는 것은 '이것이 좋아'가 아니라 '이것으로도 좋아'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이성적인 만족감을 고객에게 안겨드리는 일입니다."(64쪽)

 "지평선이 보일 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인양품은 친환경입니다' '소재를 음미합니다' 등 큰소리로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 말 없이 고객과 눈을 맞출 뿐이죠. 무인양품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무인양품에 대한 해석은 고객에 따라 정말 다양합니다. 친환경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노 디자인의 심플함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것을 전부 수용할 뿐, 구구한 설명은 하지 않습니다. 고객과 눈을 맞추지만 나머지는 전부 공으로 내버려두는 것이죠."(84쪽)

 저자는 "무인양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며 "이것은 체념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것의 궁극적인 의미다. 무인양품이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까닭은 그러한 철학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정영희 옮김, 232쪽, 1만5000원, 미디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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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미 의식, 세계 통용 보편성 '무인양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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