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최대 '양양 양수발전소' 가보니…

기사등록 2015/12/23 08:32:08

최종수정 2016/12/28 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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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뉴시스】신정원 기자 = 지난 18일 서울에서 2시간30분 남짓 걸려 도착한 강원 양양군 서면 '양양 양수발전소'.

 차를 타고 굽이치는 한계령 고갯길을 한참 오르니 건물의 영롱한 푸른 빛이 잿빛 겨울 정취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홍보관 '에너지팜'(옛 에너지월드)가 나왔다. 가볍게 돌던 멀미는 땅에 발을 내딛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매서운 칼바람 때문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국내 최대 규모 양수발전소라는 양양 양수발전소는 예로부터 강원도의 이름난 여섯 고개 중에서도 으뜸인 오색령(한계령)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다.

 풍부한 유량의 하천(川)과 단단한 암벽, 분지형 봉우리가 양수발전소 건설의 필수 조건이다. 여기에 '낙차'까지 크면 금상첨화다. 양양 양수발전소의 낙차는 819m로 아시아 1위, 세계 3위다.

 ◇국내 최대 규모…'낙차' 아시아 1위

 양양 양수발전소는 10년 공사 끝에 2006년 건설됐다. 1996년 한국전력 시절 착공했는데 한국중부발전을 거쳐 현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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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곳에서는 발전기 총 4기가 100만㎾ 전기를 만든다. 국내 7개 양수발전소(청평·삼랑진·무주·산청·양양·청송·예천, 이상 설립순) 중 최고 수준이다. 기동횟수는 2013년 기준 3118회다. 다른 양수발전소 1062~1542회의 2~3배에 달한다.

 양양 양수발전소는 상부 댐(인제군 기린면 진동리)과 지하발전소, 하부 댐(양양군 서면 영덕리)으로 이뤄진다.

 상부 댐(진동호)은 해발 937m에 있다. 높이 72m, 길이 360m, 총 저수량 493만2000㎥다. 남대천 상류에 자리한 하부 댐(영덕호)은 높이 53m, 길이 247m, 총 저수량 922만2000㎥ 규모다.

 둘 사이에 지하발전소가 있다. 상부 댐에서 1520m, 다시 하부 댐까지 3635m 거리다. 상·하부 댐을 연결하는 도수터널 중간 지하 700m에 길이 120m, 폭 20m, 높이 42.3m 크기의 지하 공동이 있는데, 이 곳에 25만㎾짜리 발전기 4기가 설치된 발전소와 변압실이 자리한다.  

 양수발전은 하부 댐의 물을 퍼 올려 상부 댐에 저장했다 흘려보내며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력발전소처럼 물을 이용하지만, 발전에 사용한 물을 다시 끌어올려 재활용하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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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양양 양수발전소는 정지상태에서 최대 출력을 하는데까지 3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양양양수발전소는 신고리원자력 1, 2호기가 정지했을 때 신속하게 기동해 주파수 안정에도 기여했다. (사진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email protected]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에 남은 전력을 이용해 물을 퍼 올리고, 전력 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발전한다. 이 역할은 지하발전소의 '수차발전기'가 담당한다.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양수'(揚水),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발전'(發電)을 한다.

 ◇"대규모 정전사태 때 불쏘시개 역할…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

 윤봉중 양양 양수발전소장은 이곳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전력계통 안정화'를 꼽았다.             

 전기는 주파수(60±0.2㎐)와 전압(345㎸, 154㎸)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이 범위를 벗어나면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양수발전은 정지 상태에서 최대 출력에 도달하는 시간이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아 전압과 주파수를 신속하게 조절할 수 있다.

 실제 2012년 11월 신고리원자력 1, 2호기 변압기가 냉각팬 공급전원 문제로 정지했을 때 양양 양수발전소를 재빨리 가동해 큰 혼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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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강원)=뉴시스】김정환 기자 =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 댐. [email protected]
 국가 전체적으로 '블랙 아웃'이 발생할 때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물만 있으면 되는 데다 빠르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양양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모두 나간 비상상황에서 최초로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며 "인근 가스터빈 발전소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양수발전의 효율은 그리 높지 않다. 1000원을 들여 물을 끌어올렸다면 800원 어치의 전력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양수발전은 '에너지 다원화' 때문에 꼭 필요하다.

 신창섭 양양양수발전소 총무팀장은 "양수발전 자체의 효율은 높지 않으나 '에너지 믹스' 상 꼭 필요하다"며 "전체적인 발전 효율을 고려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국내 양수발전소 7곳의 설비용량은 총 470만㎾로, 원자력발전소 5기 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5.7%를 차지, 겨울철 피크타임 예비전력의 마지막 보루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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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날 아쉽게도 상부 댐의 위용을 직접 감상하지 못했다. 워낙 고지대에 있다 보니 안전 문제로 겨울철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탓이다. 

 대신 하부 댐을 살펴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기자가 눈으로 확인한 하부 댐은 '청정' 그 자체였다. 병풍처럼 산에 둘러싸인 경치는 장관이었고, 저수지 물 빛깔은 너무 맑아 눈이 부실 정도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 5월 남대천 21개소의 수질을 검사했는데 용존산소와 B.O.D(정화산소수요량), 부유물질 등 기준을 가뿐히 뛰어넘었다"며 "지속적인 수질 관리로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양 양수발전소는 수질 관리에 온 힘을 쏟을 뿐만 아니라 지역 공헌 활동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양양 양수발전소는 지역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2억4000만원 상당의 장학금 수여, 교육기자재 지원, 문예 한마당 개최, 해외문화탐방 등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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