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방미 중 베트남계 월남전 한국군성폭행 사과요구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박근혜 대통령 방미 중 베트남계 단체가 월남에 파병된 한국군의 성폭행 범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일본의 극우매체 산케이가 이를 보도해 관심이 일고 있다.
산케이는 17일 "재미 베트남 단체가 15일 워싱턴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자국 여성들이 한국군인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전 연방상원의원 놈 콜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베트남단체는 1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과를 요구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여성 4명이 화상전화로 참여했다.
재미베트남 단체 '베트남의 목소리'는 신디 잉구엔이 이끌고 있다. 잉구엔은 그 자신과 어머니가 한국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전문사이트 뉴스프로에 따르면 산케이는 66세 여성과 60세 여성의 피해 사례를 소개했고 "베트남전쟁 중 한국군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는 수천명에 달하며 현재 생존자는 800명 정도"라는 콜맨 전의원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콜맨 전의원은 15일 폭스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박근혜대통령이 방문기간 중 한국군 성폭행에 대해 공식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고문은 그러나 월남에 파병된 한국군인들 전체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그는 "40년전 박근혜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국정부는 32만여명의 한국군인을 파병했다"며 "전쟁기간동안 한국군인들은 수천명의 어린 여성들을 폭력적으로 성폭행하고 성추행했으며 피해자중엔 13~14세의 소녀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인해 '라이 따이한‘으로 불리는 5000명에서 3만명에 달하는 혼혈아들이 태어났다"며 "많은 무고한 여성들이 한국군의 손에 의해 순결을 잃은 사실은 베트남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콜맨 전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파워있는 여성 중 한사람이다"라며 "그녀의 아버지가 통치하던 시절 베트남여성들에 가한 한국군인들의 범죄에 대해 충분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할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사과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2차대전 중 한국인 위안부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을 사과하라는 한국의 압력은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맨 전의원의 기고문과 베트남계 단체의 움직임이 왜 이 같은 시기에 등장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그간 공개적 압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최근들어 위안부 범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 "한국군도 월남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전쟁 중 모든 성범죄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왜 일본만 갖고 그러냐"는 식의 '물타기 전략'을 벌이고 있다. 산케이의 보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안부 성노예사건은 일본 제국주의정부가 조직적으로 행한 희대의 집단 성범죄라는 점에서 동일한 잣대의 비교 자체가 불합리한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콜맨 전의원의 중요한 경력 중 로비스트가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관련성은 없는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만 67세인 콜맨 전의원은 미네소타에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연방상원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정계를 은퇴한 상태이다. 그는 공화당 소속으로 이라크 전쟁중 부시 정권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로 정치 경력에서도 인권문제와 관련한 두드러진 활동은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한 한인은 "콜맨 전의원이 그런 요구를 하기전에 미군이 한국전쟁 중 저지른 성범죄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선행되야 하지 않겠냐.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에 대해선 당연히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이것이 위안부 성노예 범죄를 희석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배경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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