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담배가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담배는 숭고하다'

기사등록 2015/03/12 15:53:40

최종수정 2016/12/28 14:42:02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흡연가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새해 들어 면적과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거리로 나서자 거리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담배를 사들여도 피울 곳 찾기가 힘들어졌다. 흡연가들에게 담배가 더 간절해지고 있다.

 '담배가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장 폴 사르트르)

 담뱃값이 오르기 전 쟁여 둔 담배가 떨어진 이들, 흡연을 한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가 된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프랑스의 지성 장 폴 사르트르의 잠언을 띠지로 두른 책 '담배는 숭고하다'다.

 미국 코넬 대학교 불문과 교수인 리처드 클라인이 20년 전 쓴 책이다. 담배의 문화사를 살펴본 뒤 철학과 시, 소설과 영화, 사진에서 각각 담배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다룬다. 여성과 군인의 흡연도 살핀다.

 "나는 담배로부터 1주일 동안 격리되느니 차라리 1주일 동안 여자 손을 안 잡아보는 것을 택할 것이오. 이건 내 진심이오."(130쪽)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하늘로부터 불을 훔쳤다면 신들은 그를 내버려두었을 것이다."(132쪽)

 흡연가들이 좋아할 법한 문장들이 즐비하지만 작가는 무턱대고 흡연을 장려하지도, 그렇다고 금연을 권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담배의 숭고미를 말한다.

 "담배는 독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각적으로 말해서 맛이 좋지 않다. 그리고 담배는 정확하게 말해서 아름답지 않다. 그와 동시에 숭고하다."(114쪽)

 '숭고하다'는 표현은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쓴 '판단력 비판'의 '숭고의 장'에서 빌려온 것이다. 칸트는 부정적인 경험, 충격, 봉쇄, 죽음과 협박의 순간들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어두운 미(美)를 '숭고'와 연관 짓는다.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 피우는 담배는 그래서 숭고하다는 주장이다.

 "흡연가는 그의 담배를 통해서 인생을 살며, 담배는 곧 그의 삶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없애버리는 것은 그에게서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존재의 한정적 순간을 박탈하는 것과 같다."(172쪽)

 담배의 복합적인 유익성과 미적 속성들을 짚은 뒤 왜 담배의 가치가 좋지 못한 효과만으로 판단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담배는 물론 건강에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왜 건강만이 절대 평가 기준이 돼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나아가 '건강주의'가 산업화의 약탈을 감추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느 한쪽의 이익을 조장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한다.

 흡연할 곳을 찾아 전전하는 흡연자들이 반길 법할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담배를 찬양하는 듯한 글을 쓰는 것이 금연을 목적으로 고안해 낸 전략"이라며 배신한다. "담배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람들이 흡연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완전히 금연을 해냈다"는 인물이었다. 이 '충격'에도 책을 선택하는 흡연자들은 담배만큼 숭고하다. 허창수 옮김, 324쪽, 1만5000원, 페이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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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담배가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담배는 숭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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