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참패에도 강경파 밀러 비서실장 발탁(종합)

기사등록 2026/11/07 06:12:25

중간선거 사흘만 비서실장 교체…실세 와일스 퇴진

밀러, 강경 이민정책 설계한 충성파…민주당 반발

"정책 더 우경화될것"…민주당과 전쟁 대비 해석도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 시간)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이 백악관을 나서며 취재진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6.11.07.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중간선거 참패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후임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발탁했다. 그간의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현 트럼프 행정부 부비서실장이자 가장 신뢰하는 참모 중 한 명인 스티븐 밀러가 2026년 11월 9일 월요일부터 비서실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탁월한 일을 해 온 수지 와일스는 트럼프 정치조직(Trump Political Operation)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며 "비서실장으로서의 그의 봉사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공화당이 처참하게 패배한 중간선거 사흘 만에 이뤄졌다. 결국 와일스 실장이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모양새다.

후임으로 지명된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부터 곁을 지켜온 측근이다. 막후에서 조율에 집중하는 와일스 실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는 스타일이다. 트럼프 2기 들어 전국을 휩쓴 강경 이민정책의 설계자로도 유명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2기 동안 이민 정책을 비롯한 가장 급진적인 국내 정책들을 설계해온 인물"이라며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침공가능성을 공개 언급했을 때, 밀러는 미국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자유롭게 다른나라 정부를 전복하고 영토와 자원을 차지할 수 있다는 미국 제국주의적 비전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11.07.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참패 후 인사 조치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충성파이자 강경파인 밀러 부비서실장을 선택한 것은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책 어젠다(의제)가 더 우경화될 것임을 나타낸다"고 봤다.

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은 액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내 민주당이 벌일 모든 조사를 앞두고 전쟁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스티븐은 전시에 맞는 참모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하원의장이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민주·뉴욕) 의원은 "밀러는 위험한 외국인 혐오주의자이자 무모한 극단주의자로, 미국인 피를 손에 묻힌 인물이다. 정부 내 그의 존재는 악성 종양처럼 뿌리 뽑아야한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선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면서 "이보다 더 나쁜 선택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질타했다.

내년부터 미 하원 감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가르시아(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추방 정책에 관여한 밀러 의원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와일스 실장은 SNS에 이날로 백악관 비서실장 임기를 마무리한다고 적었다. 약 21개월 재임한 그는 트럼프 1기와 2기를 통틀어 가장 오래 근무한 비서실장이 됐다.

[워싱턴=AP/뉴시스] 2026년 3월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03.16.
와일스 실장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정치경력이 거의 없었지만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을 받아 역사상 첫 여성 비서실장에 올랐다. 침착하고 냉철한 태도탓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스 베이비'라고 불렀다.

올해 3월 초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잠시 백악관을 비웠으나, 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얼마지나지 않아 백악관으로 복귀했고 9월에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간선거 앞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자 입지가 흔들렸고, 내부에서 경질론이 스멀스멀 제기됐다. 선거에서 예상보다 더욱 처참하게 패배하자 경질 요구가 공화당 내에서 공공연히 나왔다.

결국 와일스 실장은 지난 4일 밤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폭스뉴스에 이번 결정이 "매우 원만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이 와일스 실장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부터 참패 규모와 자금 지출 등에 불만을 표했고, 와일스 실장이 자책감을 느겼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참패 후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내에서는 와일스 실장 외에도 이란 전쟁을 주도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사임을 고민했으나 백악관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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