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견인한 '질주'…삼성 구자욱 "모두 투혼 발휘, 감동"(종합)[KS]

기사등록 2026/11/06 23:01:52

2회 2사 1, 3루서 우측 펜스 상단 직격 타구 날려

다리 불편한데도 3루까지 질주…소형준 흔든 한 방

[대구=뉴시스] 김금보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2사 1,3루 삼성 구자욱이 2타점 3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11.06. kgb@newsis.com
[대구=뉴시스]김희준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전체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3차전을 잡을 수 있었던데는 '캡틴' 구자욱의 3루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리가 불편해 달리는 모습이 어색했다. 그래도 구자욱은 끝까지 내달렸고 3루에 안착했다. '가을 투혼'이었다.

삼성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26 신한 쏠 KBO 포스트시즌(PS) KS 3차전에서 KT 위즈를 5-1로 물리쳤다.

적지에서 펼쳐진 1, 2차전에서 1승 1패를 거두고 안방에 돌아온 삼성은 3차전을 승리하면서 우승 확률 88.9%를 잡았다. 역대 KS에서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 3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한 것은 18회 중 16회에 달했다.

KS 1, 2차전에서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경기 초반 흐름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중요했다.

삼성은 1회초 KT에 선취점을 내줬지만, 1회말 1사 1, 2루에서 터진 최형우의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2회말에는 이재현, 류지혁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찬스를 일구며 기세를 이어갔으나 강민호가 번트에 실패해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강민호의 번트 타구가 높게 떴고, KT 포수 조대현이 파울 지역에서 잡아냈다.

김지찬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만루에서도 시원하게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김성윤이 유격수 땅볼을 쳐 3루 주자 이재현을 홈에 부르는데 만족했다.

이때 구자욱의 결정적인 한 방이 터졌다.

이어진 2사 1, 3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KT 선발 소형준을 상대한 구자욱은 볼 2개를 골라낸 후 3구째 시속 142㎞ 몸쪽 컷 패스트볼을 노려쳐 우측 외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이 될 수도 있을 만큼 큼지막한 타구는 우측 펜스 상단을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타구를 잡기 위해 펜스와 충돌했던 KT 우익수 안현민은 타구를 잃어버려 한동안을 헤맸다.

구자욱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3루까지 내달렸다.

그가 1루,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리는 모습에서는 불편함이 한 눈에 느껴졌다.

다리가 불편해 2루에서 멈춰서도 아무도 뭐라할 사람이 없을텐데도 구자욱은 질주를 이어갔다. 득점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는 질주였다.

구자욱은 다리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지난 9월 30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통증을 호소했고, 이후 힘줄 부위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올해 정규시즌에 114경기 타율 0.371 15홈런 102타점 8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39를 작성하고 타격왕을 차지한 구자욱이 PS에 나설 수 없다면 삼성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그러나 회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구자욱은 기적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가을야구 무대에 섰다.

물론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구자욱이 수비를 소화할 수 없어 줄곧 지명타자로 뛰던 베테랑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를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뉴시스] 김금보 기자 = 6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2사 1,3루 삼성 구자욱이 2타점 3루타를 치고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26.11.06. kgb@newsis.com
정상적으로 주루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부상 부위에 붕대를 칭칭 감고 경기를 뛰는 까닭에 전력을 다해 뛸 수 없다.

그럼에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구자욱은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PO 2차전에서는 1-1로 맞선 3회 역전타를 터뜨리며 삼성 타선을 깨웠다.

PO 5경기에서 타율 0.150(20타수 3안타)에 머물렀던 구자욱은 KS 들어서는 한층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KS 1차전에서는 팀이 0-8로 뒤진 7회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날 완패를 당했다면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내줄 수도 있었던 삼성은 구자욱의 투런 홈런으로 타선이 살아나면서 7-8까지 추격, 분위기를 바꿨다.

2차전에서도 구자욱은 5타수 2안타로 타격감을 이어갔다.

이날은 안타 1개에 그쳤으나 그 안타 1개가 삼성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한 방이었다. 힘겨워하면서도 3루까지 뛴 캡틴의 '가을 투혼'은 더욱 빛났다.

경기를 마친 뒤 구자욱은 "볼 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이어서 좋은 공이 들어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타임을 부르면서 생각을 가다듬었다"며 "내가 1, 2차전에서 몸쪽 컷 패스트볼에 모두 범타로 물러나서 그 공이 올 것으로 확신했다. 전력분석과 타격코치님 조언 덕에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3루를 밟은 후 두 팔을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펼친 구자욱은 "팬 분들이 더 크게 함성을 지르고,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했다. 혼자 연구를 좀 했다"며 "세리머니를 한 후 팬 분들이 더 크게 환호성을 보내주시면 더 뭉클하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인사이드더파크 홈런도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구자욱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 홈에 들어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삼성 레전드 이승엽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구자욱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구자욱은 "KS 2차전도 오셨고, 연락하는데 꼭 우승하라고 해주셨다. 오늘 시구해주신 덕분에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 경기 중에도 내가 정말 존경하는 분, 나의 어린 시절 영웅이 보고 계시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경기 후 삼성 선수들은 구자욱의 투혼에 뭉클한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8회말 쐐기 솔로 홈런을 날린 박승규는 "몸이 안 좋은 선배님들이 많은데 어떻게든 참고 이기려고 경기에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 뭉클하다. 간절한 선배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팀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된다"고 전했다.

가을야구 들어 매 경기 등판하고 있는 왼손 투수 이승민도 "선배들이 죽기살기로 하신다. 우리는 아직 더 젊으니 두 배, 세 배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욱은 "3루타를 친 후 기뻐서 선수들이 뭉클해하는 모습은 못 봤다. 나 뿐 아니라 모두가 투혼을 발휘 중이다. 이승민도 매 경기 던진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가 감동이다. 이런게 팀워크가 아닐까 싶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부상으로 인해 좌익수로 뛰는 최형우에게서도 가을야구 들어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다.

구자욱은 "최형우 선배님이 수비를 너무 잘하고 계신다. 수비를 못하는 선수가 아니다. 타구 판단도 좋다"며 "매일 '네가 뭐 한 것이 있냐'고 하시다가 오늘 가을야구 들어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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