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거래 상위권에 인버스·레버리지 상품 포진
개미들, 추세적 투자 아닌 변동성 방어에 급급
방향없는 수급에 안정형 상품으로 자금 이동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코스피가 미국 중간선거 여파로 장중 5000선을 붕괴시키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낸 가운데, 국내 증시 지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수급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
과거 '9000피'를 향하는 상승장 당시 외국인의 매물을 소화하며 장기 우상향을 지탱하던 모습과 달리, 최근 폭락장 속에서 단기 트레이딩에 매몰되며 추세적 상승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6일까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인버스 또는 레버리지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거래량에서 이들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를 웃돌았다.
거래량 1위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해당 기간 257억 주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어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방향으로 단순 추종하는 'KODEX 인버스'와 'TIGER 200선물인버스2X'가 각각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증시 변동성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이 기간 거래 상위권에 포진했는데, 하락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인버스 상품이나 지수 변동성을 극대화한 레버리지 상품으로 거래가 쏠린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추세적 투자보다는 단기 변동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들어 증시가 연쇄 급락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개인들의 거래량이 급감하기보다 거래의 성질 자체가 투기적 양상으로 변모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급 주체별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 연속 매도 우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은 164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꾸준히 매수 우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1월과 4월, 9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지난 10월(3조3486억원)과 이달(4조509억원) 들어서도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개인들은 하락장에서 투기적으로 들어왔다 본전 부근에 이르러 매도하는 단기 트레이딩 형태를 반복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방향성 없는 수급 구조를 낳고 있다"며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지닌 기관 및 외국인과 달리 개인 자금은 뚜렷한 추세적 지지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지는 물량을 떠안았다가 손실을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증시 우상향에 대한 신뢰 자체가 과거 대비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장 하락에도 (정부가)지원금을 줘야한다", "코스피 전고점 오느냐"는 초조한 반응 외에도 "국장 하락보다 반도체 투자자들이 입이 쏙 들어간 것이 더 기분좋다", "부동산 안 사고 증시에 투자한 바보가 설마 있느냐"는 등 조롱섞인 반응도 잇따른다.
이 같은 상황 속 시장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나 파킹형 상품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되는 투자처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점도 증시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5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대치를 경신했다. 서학개미들은 이달 들어서도 지난 6일까지 19억613만달러를 사들이면서 매수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파킹형 ETF에도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대표 상품인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는 한 달간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며 국내 ETF 중 순유입액 1위를 기록했다. 초단기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해당 상품은 증시 등락과 무관하게 하루만 예치해도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어, 불안한 장세를 피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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