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청구서③] 탈석탄에 재생E 투자까지…발전 5사 '전환비용' 부담

기사등록 2026/11/08 10:00:00

발전 5사→한국발전 통합 작업 본격화…재생E 보급 맡아

'2040년 탈석탄'에 기존 발전사업 수익 기반 축소 불가피

폐지될 발전소 작년 수익 10조…매출 줄어드는데 투자↑

5사, 2030년 부채 35.2% 증가 전망…국가 재정 부담 커져

[세종=뉴시스]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서울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 기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편집자주] 정부 정책의 최전선에 선 대형 공공·협동조직들이 잇따른 정책 과제로 경영 부담을 떠안고 있다. 정책의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재무 건전성과 본연의 기능은 지켜야 하는 이중 과제다. 뉴시스는 이들 조직에 쌓이는 정책 부담과 그 문제점을 짚어본다.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모두 없애기로 하면서 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석탄발전소가 단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기존 수익 기반은 약해지는데, 이를 대체할 발전소 확충을 위한 신규 투자까지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급격한 사업 재편에 따른 재무 악화는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발전 5사는 최근 '발전공기업 5사 통합을 위한 자문 및 지원(PMI) 용역'을 공동 발주했다. 5사를 실질적·화학적·제도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용역을 통해 법률·행정·회계·세무·노무 등 통합 전반에 걸친 실무 작업에 착수하고, 법인 출범 이후에도 조직·인력 재편과 사업 통합, 출자사업 승계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10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통합법인 '한국발전' 설립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6.10.19. ks@newsis.com
정부는 지난 9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발전 5사 통합을 전략적 구조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이 나뉘며 생긴 5개 공기업이 26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되는 셈이다.

통합의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2040년 탈석탄' 국정과제가 있다. 석탄발전소 폐지가 불가피해진 발전 5사에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다.

문제는 석탄발전 축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부담까지 더해진다는 점이다.

발전 5사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발전소를 돌려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는 구조로, 발전설비를 짓고 운영하는 비용은 각 사가 부담하고 수익도 각 사에 돌아간다.

석탄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은 발전 비용과 수익 구조가 다르다. 에너지원별 평균적인 전력 생산 비용을 뜻하는 에너지균등화비용(LCOE)을 보면, 국내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의 비용 경쟁력이 재생에너지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발전원별 LCOE은 1㎿h(메가와트시)당 태양광은 96.56달러, 해상풍력은 160.98달러였다. 반면 석탄화력(초임계압 기준)은 75.59달러, 가스복합은 86.76달러로 집계됐다.

해당 보고서가 과거 분석인 만큼 현재 발전 비용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석탄화력보다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종=뉴시스]하동복합발전소 조감도다.(사진= 남부발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석탄발전소 폐지에 따른 발전 5사의 재무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발전 5사가 보유한 석탄 발전설비는 총 52기다. 이 가운데 36기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폐지되고, 3기는 암모니아 혼소 설비로 바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재무 영향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폐지 예정인 발전소 36기의 지난해 전기판매수익은 10조104억원이다.

발전 5사의 전체 전기판매수익 25조6950억원의 39.0%에 달한다. 정책 기조로 인해 전체 수익의 약 40%에 해당하는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별 편차도 크다. 동서발전은 전기판매 매출의 56.5%가 폐지 예정 설비에서 나온다.

폐지 속도도 빠르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문을 닫는 발전소 17기의 지난해 전기판매 매출은 4조7850억원이다. 계획대로 폐지되면 대체 설비가 가동되기 전까지 4년여 동안 연간 4조원대 매출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서울=뉴시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31일 충남 태안군 소재 한국서부발전본부에서 열린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발전종료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2025.12.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석탄발전소가 사라진 뒤에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체 발전소를 짓는 일 역시 발전 5사 몫이다.

석탄발전소가 사라진 뒤에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체 발전소를 짓는 일 역시 발전 5사 몫이다.

11차 전기본은 2024~2036년 폐지되는 석탄 27기를 LNG로, 2037~2038년 폐지되는 9기를 양수·수소 전소 등 무탄소 전원으로 바꾸도록 했다. 석탄발전 폐지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새 발전소를 짓는 투자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다.

매출 축소와 신규 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재무 상황도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발전 5사의 총부채는 올해 40조37억원에서 2030년 54조777억원으로 35.2%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51.3%에서 178.6%로 27.3%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올해 1조569억원에서 5년 만에 2248억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전 5사의 재무 악화는 개별 회사의 경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공기업의 부채와 손실이 커지면 결국 국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좌초자산 리스크 해소가 구조개편의 원칙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으나, 발전 5사의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재무영향이 산정돼 있지 않아 통합법인이 부담하게 될 규모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발전 5사는 석탄 발전설비 폐지에 따른 매출 감소와 대체설비 투자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강추위가 이어지는 12일 오전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26.01.12.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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