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데이터센터 규제 불확실성 확대…글로벌 투자처 변화 가능성
SK·GS·네이버,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추진…반도체·전력 등 산업 기반 주목
日·말레이시아와 아시아 허브 경쟁…구축 속도·전력·주민 수용성 과제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미국 중간 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환경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미국 현지의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건설이 당분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과 우수한 산업 기반을 갖춘 한국이 글로벌 AI 인프라의 새로운 대안 투자·수요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금이 우리가 AI 분야에서 패권을 목표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정부의 발빠른 대응을 주문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 美 데이터센터 건설 급제동…韓, 새로운 투자·수요처 부상할까
지난 3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텍사스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승인 중단을 주장해 온 민주당의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관련 사업의 인허가와 투자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이 발간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대규모 전력망 확충 비용 부담을 둘러싼 규제 입법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민주당의 의석수 등을 고려하면 연방 차원의 규제 강화가 곧바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AI가 글로벌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만큼, 미국이 일시적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결국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국 내 잡음은 한국에 절호의 반사이익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지 건설 지연과 비용 증가에 직면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력과 부지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같은 미국의 정책 변화는 한국에 새로운 반사이익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력과 부지를 찾아 투자처를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이동통신사의 전국 단위 통신망, 전력기기 및 건설 기술력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이 대규모 AI 인프라를 선제 구축한다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수용하지 못한 AI 인프라 수요가 우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늦어지는 지금이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적기"라며 "말레이시아와 일본이 바짝 추격하는 만큼 계획된 데이터센터를 제때 완공해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 SK·삼성·네이버·GS 초대형 AIDC 출격…'AI 3대 강국' 발판 마련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글로벌 AI 연산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과 GS그룹, 네이버 등이 비수도권을 거점으로 대규모 투자를 본격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필두로 2035년까지 총 1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중장기 구상을 세웠다. 우선 울산 등 주요 거점에 2029년부터 5GW 규모의 시설을 연 뒤 차례로 확장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문회사인 SK하이퍼를 설립해 부지와 전력 확보, 고객 유치 등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재무적 투자자 등의 자금을 유치해 대규모 투자 부담을 분산하는 사업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
GS그룹도 에너지와 건설사업 역량을 결합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 북평제2일반산업단지에 총 2.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1.2GW 규모의 시설을 구축하고, 이후 추가로 1.2GW를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S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해 설립한 GS AI인프라를 중심으로 발전 계열사의 전력 공급 역량과 GS건설·자이C&A 등의 시공 기술을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브룩필드와 손잡고 'AI 팩토리' 사업을 본격화한다. 내년 상반기 55메가와트(㎿) 규모로 가동을 시작해 2028년까지 2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거점으로 국내외에 1기가와트(GW)급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기업의 투자 계획은 자체 AI 서비스 수요를 충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의 컴퓨팅 수요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대규모 전력 확보가 사업의 핵심 조건인 만큼 비수도권 발전시설과 산업단지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수요가 국내로 유입되면 반도체와 서버, 전력기기, 냉각설비, 건설 등 연관 산업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관련 기술과 사업 경험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지원에 적극 나선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6일 국가AI전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AI 투자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 있다"며 "한국이 지금의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멈추거나 늦춰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AI 예산을 대폭 확대하며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편성한 2027년도 예산안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대비 24.5% 증가한 29조647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아울러 내년 3월부터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지원을 위한 'AIDC 특별법'도 본격 시행된다. 인허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전력망·주민 수용성 등 해결 과제…실제 투자 여건 개선해야
다만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차질이 곧바로 한국의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전력망과 부지 확보, 인허가, 주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1G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약 10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며, 대규모 전력 공급을 위해 변전소와의 거리도 중요한 입지 조건으로 꼽힌다. 송전망 연결과 관련 시설 확충이 늦어지면 데이터센터 가동 시점도 지연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용수 확보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대규모 시설의 경우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지역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야 한다.
주민 수용성 역시 사업 추진을 좌우하는 변수다. 전남 무안에서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둘러싸고 주민 반대가 제기된 바 있다. 대규모 전력 소비와 환경·안전 문제, 지역경제에 돌아오는 실질적인 혜택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건설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만 완공 이후 상시 고용 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지역 세수와 전력 인프라 개선 등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 공급망과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춰 글로벌 투자처로서 매력적"이라면서도 "단순히 미국의 반사이익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주민 반대에 따른 인허가 지연과 전력·용수 문제를 적극 해결해 투자 여건을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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