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지서 '집주인 대출’ 확산
"매수자에 24억원 직접 대출"…금리도 정해
"집주인이 은행 역할…비합리적 대출 규제 탓"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자가 집주인에게 직접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거래가 강남권 고가 주택 시장에서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이 높아 상환 능력이 있어도 대출 한도에 막힌 매수자와 세금 부담 등을 이유로 집을 빨리 팔려는 매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태익 부읽남TV 대표는 6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_내집마련부터건물주까지'에서 "대출을 많이 해주는 시기가 아니다 보니 본인의 능력에 비해 대출 한도가 너무 낮은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강남이나 고가 주택을 거래할 때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하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은행 대신 집주인이 매수자에게 직접 자금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하는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개포 재건축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매수인에게 24억원을 빌려주기도 하고 거래 10건 중 7건 정도가 집주인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는 단순하다. 당장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없는 매수자가 집주인에게 부족한 돈을 빌려 매매대금을 지급한다. 이후 일정 기간 안에 다른 자금을 확보하거나 대출이 가능해지면 집주인에게 빌린 돈을 갚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6개월이나 1년 안에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매수자라면 집주인과 이해관계가 맞을 수 있다"며 "집주인은 세금 부담 때문에 빨리 팔고 싶고, 매수자는 나중에 돈을 마련할 수 있으니 그 사이 집주인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사실상 은행 역할까지 맡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정 대표는 "은행 대신 집주인이 심사하는 셈"이라며 "2년치 소득명세서를 떼오라 하고, 6개월 동안 5억원을 빌려주면서 금리를 5%로 정하는 식"이라고 했다.
매수자의 소득과 상환 능력을 집주인이 직접 확인한 뒤 대출 금액과 금리, 기간을 정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이 대출 규제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결국 대출 규제로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하니 집주인이 은행처럼 소득까지 확인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대비 대출을 해주는 것은 찬성하지만 소득과 무관하게 얼마까지만 빌려준다고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대출 한도를 상환 능력이 아닌 집값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근거가 다소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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