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더블린·헬싱키 등 유럽 전역서 허위 폭탄 위협
로마행 여객기 프랑스 군기지로 우회
5일(현지 시간) AP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과 더블린, 헬싱키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을 대상으로 폭탄이 설치됐다는 협박이 잇따랐다.
이번 사태로 최소 27편의 항공편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까지 항공기 수색 과정에서 폭발물이나 의심스러운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들을 '악의적인 허위 위협'으로 규정했다.
앞서 지난 3일에도 유럽에서 운항 중이던 여객기 7대가 폭탄 위협을 받는 등 이번 주 들어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 이처럼 많은 항공편을 대상으로 폭탄 위협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유럽에서는 최근 슈퍼마켓 냉장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드론 침입, 긴급 경보 애플리케이션의 허위 경보 등 각종 교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을 겨냥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위협'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폭탄 위협과 러시아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들이 서로 연관돼 있는지, 누가 어떤 목적으로 협박을 보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P통신은 공항 관계자들이 제공한 협박 이메일을 확인한 결과, 로마행 항공편을 겨냥한 협박이 자신들을 '반페미니즘 단체'라고 주장하는 집단의 명의로 발송됐다고 전했다.
실제 항공편 운항에도 상당한 차질이 발생했다.
아일랜드 항공사 에어링구스의 더블린발 로마행 여객기는 폭탄 위협을 받은 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에브뢰 공군기지로 항로를 변경했다.
프랑스 총리실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해당 항공기 조종사가 당국의 지시에 예상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투기 출격을 지시했다.
여객기는 공군기지에 안전하게 착륙했으며, 프랑스군 폭발물 처리반이 탐지견을 동원해 기체를 수색했다.
프랑스 항공보안 당국은 사건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의 헬싱키발 로마행 여객기도 폭탄 위협을 받아 전투기 호위를 받았다.
크로아티아 국방부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전투기가 자국 영공에서 해당 여객기를 처음 확인한 뒤 이탈리아 공군에 호위 임무를 인계했다.
핀에어는 헬싱키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던 또 다른 항공편도 폭탄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항공편에는 승객 177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두 항공기 모두 안전하게 착륙했다.
아일랜드 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불가리아 소피아행 항공편 3편도 폭탄 위협을 받아 군용기 호위와 긴급 착륙 조치가 이뤄졌다.
이번 사태로 항공사와 각국 정부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브뤼겔의 야코브 펑크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이번 위협이 유럽 각국 정부와 공항 당국의 대응 능력과 공조 체계를 시험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위협의 목적이 유럽 항공 교통의 신뢰성에 대한 혼란과 불확실성을 조성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기 수색과 조사, 운항 차질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코번트리대의 항공보안 전문가 필립 바움 객원교수는 항공편 한 편이 운항 차질을 겪을 때 항공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최대 25만 달러(약 3억3800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승무원의 법정 근무시간 초과에 따른 대체 인력 투입과 승객들의 연결편 이용 차질 등이 항공사 전체 운항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도 대응에 나섰다.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 EU 관광 담당 집행위원은 "보고된 사건들이 서로 연관돼 있는지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항공 보안과 관련한 EU 차원의 정보 공유 체계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도 유럽 당국과 협력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건들이 허위 위협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정부와 유럽 협력국들이 함께 상황을 추적하고 있으며 항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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