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공식 인터뷰
12월 젝키 멤버 장수원·이재진과 인스파이어 아레나 무대
재결합 불참 부채감 고백…"세 명이 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선물"
"아이 보고 싶어 마련한 장치가 와전"…이혼 후 루머에 직접 해명
"30주년은 완전체 콘서트가 베스트…가끔이라면 당연히 함께"
1990년대 후반 그룹 'H.O.T.'와 함께 1세대 K-팝 보이그룹 시장을 양분한 그룹 '젝스키스(SECHSKIES·젝키)' 출신 고지용(46)은 망설이지 않았다. 라이벌 구도를 묻는 질문에 그는 허세 없이 사실을 먼저 꺼냈다. 아이돌로 10대를 통과하고 20여 년을 생활인으로 버틴 사람만 가질 수 있는 담담함이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고지용은 "H.O.T.가 거대한 팬 군단을 먼저 형성해 놓은 상태에서 저희가 후발 주자로 나왔다"며 "애초에 1인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망하지만 말자, 그러면 다시 학교로 복귀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요 대상이나 1위 횟수를 보면 H.O.T.가 1인자인 게 팩트입니다. 다만 저희의 장점은 대중성이었죠. 대중이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가 많았고 노래방에서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곡이 많다 보니 남성 팬들은 저희가 더 많았습니다."
1997년 데뷔해 2000년 5월 해체한 젝스키스의 고지용이 공식 인터뷰에 응한 건 26년 만이다. 해체 후 대중문화계와 결별하고 서울 여의도에서 금융·부동산 컨설팅업을 해왔다. 오는 12월15~16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멤버 장수원, 이재진과 함께 여는 특별 행사 '더 트리 인 인스파이어(THE TREE in INSPIRE) - 젝키의 못다 한 이야기'를 앞두고 입을 열었다.
◆'메시아적 아이돌'과 '민주적 아이돌'
자신들이 최고가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태도는 패배주의와 거리가 멀다.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일이다.
대중성 이면엔 선구적인 실험도 있었다. 젝스키스는 데뷔 당시 은지원·이재진·김재덕의 '블랙 키스'와 강성훈·고지용·장수원의 '화이트 키스'로 진영을 나눴다. 일본 쟈니스 사무소의 6인조 그룹 '브이식스(V6)'가 연장자 축 '토니센(20th Century)'과 연소자 축 '카미센(Coming Century)'으로 역할을 나눠 파급력을 키운 문법을 과감히 들여온 것이다.
2집 이후 팀 내 경계는 흐려졌다. 하지만 힙합·댄스 축의 역동성과 미디엄 템포 팝 발라드 축의 감수성을 이원화한 시도는, 오늘날 K-팝 산업의 보편 문법이 된 '유닛(Unit)' 시스템의 원형질(原形質)로 평가할 만하다.
1998년 멤버 전원이 주연한 영화 '세븐틴(Seventeen)'은 젝스키스만의 매력을 상징한다. 오늘날 아이돌이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아래 고도로 훈련된 '완전무결한 기계'에 가깝다면,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는 덜 다듬어졌기에 오히려 눈부신 '청춘의 생채기'였다.
고지용은 친구 강성훈을 따라 기획사 구경을 갔다 얼떨결에 발탁돼, 불과 두 달 남짓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다. 그 시절 그들의 무대는 정교한 테크닉의 전시장이 아니었다. 미완의 소년들이 무대 위에서 자라는 한 편의 빌둥스로만(Bildungsroman)이었다. 빌둥스로만은 독일어로 성장소설을 뜻한다. 젝스키스는 독일어로 '여섯 개의 수정'이라는 뜻이다.
◆"이른 성공은 자신감이자 표적이었다"
어린 나이의 성공은 양날의 검이었다. 고지용은 "어렸을 때 성공을 해봄으로써 사회생활을 할 때 자신감 같은 건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성공하다 보니 사회에 나왔을 때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접근해왔고 사기도 많이 당했다"고 돌아봤다. "연예인이라는 알려진 사람을 자기 사기의 도구로 삼는 경우가 주변에도 많아요. 당시엔 편한 관계라고 생각하다가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엔 이혼과 아이 면접교섭을 둘러싼 세간의 시선, 그 과정에서 겹친 스트레스와 알코올 의존으로 간경변증 진단까지 받았다.
"사는 데까지 그냥 재밌게 살다가 가는 게 제 꿈입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이제는 되게 소박해졌어요."
온라인상의 자극적인 루머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이를 좀 더 원활하게 보고 싶어 장치를 마련하려던 것이 와전됐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팬들을 향해 말을 보탰다. "근래 자극적인 가짜 뉴스나 짜깁기 영상들로 팬분들도 상처를 많이 받으셨을 거예요.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도덕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며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예전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지용은 매달 정기 검진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 중이다. 약 300일간 밤마다 틱톡 라이브를 진행하며 술을 끊었고, 팬들과 '보이는 라디오'처럼 일상을 나누고 있다. 그는 "밤에 술자리 대신 라디오 하듯 팬들과 편안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세 명이 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선물…재결합 때 빠진 건 늘 미안"
2027년 데뷔 30주년을 1년 앞두고 여는 이번 행사는 화려한 복귀 선언이라기보다 지나온 시간을 향한 작은 화답에 가깝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고지용이 합류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젝스키스는 2016년 MBC TV '무한도전' 특집을 계기로 재결합했다. 당시 고지용은 프로그램의 게릴라 콘서트에 깜짝 등장했을 뿐, 이후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이어진 팀 활동엔 함께하지 않았다. 해체 뒤 연예계를 떠나 사업가로 살아온 그가 멤버들과 나란히 무대에 서는 일 자체가 팬들에겐 사건인 이유다.
정작 본인은 몸을 낮췄다. 춤을 춘 지 너무 오래돼 걱정이고, 코로나19 이후 성대가 상해 가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완전체는 아니지만 세 명이 한 무대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는 신선한 선물이 되지 않겠느냐"며 엷게 웃었다.
그 미소 뒤엔 오래 묵은 부채감이 있다. 재결합 당시 그가 빠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아들과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 출연하던 시기라 "그건 하면서 왜 이건 안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마음의 빚은 남았다. "그때 같이하지 못한 게 마음속에 미안함으로 남아 있어요. 저 빼고 다들 뭉쳐서 잘했던 것 같습니다."
◆"30주년 완전체가 베스트…가끔이라면 당연히 함께"
최근엔 젝스키스와 같은 소속사(DSP미디어)에서 발굴한 1세대 K-팝 걸그룹 '핑클'이 재결합을 선언했다. 그런데 1세대 아이돌의 귀환은 추억팔이와 아름다운 노스탤지어 사이 어딘가에 놓인다.
"저희가 1세대 아이돌이다 보니 30주년을 맞는 거지, 후배 아이돌들은 10주년, 길어야 20주년이더라고요. 빅뱅만 해도 20주년인데, 그걸 생각하면 감정적으로 참 오래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흥미로운 건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는 "저만 해도 요즘 노래는 가사도 잘 안 들리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요새 젊은 친구들이 저희 때 노래를 다시 듣더라"며 "30주년 콘서트를 하면 기존 팬이 아닌 젊은 친구들도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하게 된다"고 했다.
내년 완전체 활동에 대해서도 선을 긋지 않았다. 고지용은 "30주년 콘서트를 완전체로 하는 게 가장 베스트"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논의된 건 없지만, 그것이 3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다들 나이도 들고 각자 일이 있다 보니 어릴 때처럼 패기 하나로 뭉치기는 어렵죠. 그래도 모여야 한다면 30주년이라는 명분이 가장 클 겁니다."
이후 활동 합류 가능성에도 문을 열어뒀다. "현실적으로 전면 합류는 쉽지 않지만, 가끔씩 하는 형태라면 당연히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다. 예전엔 가족 구성원이 먼저라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제 선택에 있어 훨씬 자유로워졌으니까요." 본업인 컨설팅업에 충실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자신에게 맞는 여행 예능 같은 방송도 병행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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