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 후 사실상 강등
"삼권부립 부정 너무 당당히 외쳐 경악"
"대법원장 국조·탄핵 겁박…초유의 상황"
1심 "이례적 전보 인사"…정 검사장 승소
[서울=뉴시스]이윤석 기자 =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 목소리를 내 오다 인사에서 사실상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인사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검찰 해체와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등을 언급하며 법무부의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5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권순형)는 정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인사명령 처분 취소 본안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법무부 측은 "검사의 인사발령 처분은 말 그대로 인사 발령이지 징계 처분이 아니다"라며 "처분 사유를 인위적으로 분리해서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지고 사건에 대해 재량의 일탈 남용을 논하는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검사 인사발령 처분이 징계나 불이익 처분이라 본다면 자기가 맡은 보직이 맘에 안 들거나 인사발령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 이 사건과 같이 인사발령 처분에 대해 다투게 되는 문제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검사장 측은 "핵심은 재량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의 신분과 지위에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인사까지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20년 넘게 유지해온 검찰 인사 원칙과 관행을 벗어난 이례적인 불이익 처분"이라며 법무부의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 검사장은 발언 기회를 얻고 "이번에 행정소송 제기까지 간 것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고검검사급인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모든 검사가 마음에 안 들면 소송 할 것이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소송 취지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법무부 측은 "본인이 주장하는 강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1심에서 강등이 아니라며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며 "본인이 연구위원이 되면 연구위원답게 연구위원 업무에 전념해야지 이프로스에 게시글만 올리고 있는데 어떻게 인사발령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반박했다.
정 검사장은 마지막으로 준비해 온 글을 읽으며 "헌법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했고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이 민주주의의 핵심원리임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다"며 "그런데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삼권 위에 대통령이 있다'는 전제국가에서 할 법한 말이나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이 없다'는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너무 당당하게 외쳐 경악을 금치 못 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건국 당시부터 형사사법제도의 한 축으로 기능해왔던 검찰이 하루아침에 해체됐다"며 "삼권분립의 상징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에 불려 나가 모욕을 당하고 국정조사와 탄핵으로 겁박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검사장은 "제가 이 소송을 제기하고 끝까지 이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며 "법률가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원리와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은 권력을 그렇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개인과 가정을 희생해 가며 나라의 시스템을 떠받쳐 온 엘리트들이 패배주의에 찌든 무기력한 월급쟁이로 전락해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3일 선고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정 검사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노만석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그 자리를 사퇴하라"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법무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맡고 있던 정 검사장을 대전고검(現 대전광역공소청) 검사로 발령했다.
이는 검사장급에서 차장·부장검사급으로 사실상 강등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전에 검사장이 고검 검사로 강등된 사례는 2007년 권태호 전 검사장이 유일했다.
앞서 1심은 지난 6월 정 검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명 기회를 부여하거나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법무부가 인사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인사는 매우 이례적인 전보 인사로 검사장에서 연구위원으로의 발령이 수개월 만에 이뤄졌고, 그 이유는 정 검사장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라며 "그간 검찰 인사 관행에 비춰보면 법무부 의도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자발적 사직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정 검사장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 및 수사검사의 공판 참여 제한, 대장동 의혹을 비롯한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항소포기 등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이 사건 인사 처분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무부는 1심 재판부가 '정 검사장의 자발적 사직을 의도한 침익적 처분'이라는 전제를 깔고 소명 기회를 주지 않거나 징계 절차를 밟지 않아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놓은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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