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심판' 받은 트럼프…이란 전쟁이 부메랑 됐다

기사등록 2026/11/05 11:21:33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 40%·경유 70% 급등…선거일 기름값 사상 최고

데이터센터 급증에 전기요금 부담도 가중…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불만 확산

에너지 가격 상승에 유권자 민심 이반…민주당 상·하원 동시 탈환

[워싱턴=AP/뉴시스] 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원 다수당을 모두 차지하고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잇따라 승리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볼룸(연회장)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2026.11.05.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인하를 거듭 약속했지만, 이란 전쟁 여파로 휘발유와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중간선거에서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원 다수당을 모두 차지하고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잇따라 승리했다.

AP통신의 여론조사에서는 많은 미국인이 휘발유와 전기요금 상승을 투표 결정에 반영했다고 답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선거일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이란 전쟁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전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40% 넘게 올랐다. 경유 가격은 약 70% 상승했다.

캐서린 볼프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에너지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비용을 낮추려 했다면 이란 전쟁은 최악의 결정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이란을 침공하면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상식"이라고 말했다.

비영리 연구기관 미래를 위한 자원(RFF)의 대니얼 라이미 연구원도 "일반적으로 대통령은 국제 유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며 이란 전쟁이 연료뿐 아니라 비료와 각종 원자재 가격까지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상승도 유권자들의 부담을 키웠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주지사들의 요청에도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막았다. 또 전력회사들이 요금 인상을 경고했는데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막고 가동 유지를 의무화했다.

라이미 연구원은 이란 전쟁을 제외하면 전기요금 상승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에너지 관련 쟁점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많은 미국인이 데이터센터 급증을 전기요금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며 데이터센터 산업을 적극 지원해 왔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들도 에너지 가격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로이 쿠퍼는 이란 전쟁이 휘발유 가격을 급등시켰다고 비판했고, 텍사스주에서 승리한 제임스 탈라리코는 연방 휘발유세와 경유세의 일시 중단을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에너지 가격을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아 있는 데다 최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해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단체 클라이밋파워의 로리 로즈 대표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완전한 거부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청정에너지 사업을 더 이상 가로막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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