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공회장 "세계회계사대회 첫 한국 개최…회계투명성 높여야"[인터뷰]

기사등록 2026/11/05 11:00:00

17~19일 전세계 회계 전문가들, 서울에 집결

"회계투명성 55위 아쉬워…20위권 진입해야"

"지자체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의무화 시급"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최운열 공인회계사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1.05.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2위이고 수출로는 세계 5위인데 회계투명성 평가 55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경제 규모에 걸맞게 적어도 20위권에는 들어야 합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5일 서울 서대문구 공인회계사회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오는 17~19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회계사대회(WCOA)를 계기로 한국의 회계개혁 성과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회계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회계감사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학계와 정치권, 금융정책 분야를 두루 거친 회계·금융 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30여 년간 서강대에 몸담으며 교수·경영대학원장·부총장을 지냈다. 한국증권연구원장과 한국증권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역임했다. 제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 등을 담은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을 주도했다. 2024년부터 한국공인회계사회장으로 활동하며 회계투명성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최 회장이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오는 17~19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회계사대회'(WCOA)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122년 역사를 이어온 회계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로, '회계사들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대표단 800여 명을 비롯한 국내외 회계전문가들이 서울을 찾아 지속가능성,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혁신 등 글로벌 회계업계가 직면한 현안을 논의한다.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 등 한국 회계개혁 추진 현황도 소개된다.

지난해 서울 유치 확정 후 국제회계사연맹(IFAC)과 협력하며 1년여간 대회를 준비해온 최 회장은 주기적 지정감사제를 비롯한 한국의 회계개혁에 해외 회계업계의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재벌 중심의 특수한 소유구조 때문에 경영자나 대주주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며 "2017년 외부감사법 개정 과정에서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법이 통과됐는데 시행 이후 어떤 성과가 나타났는지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회계사회에서도 지정감사제가 어떻게 가능한지 깊이 물어볼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이후인 201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회계투명성 평가에서 61개국 중 6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후 회계개혁의 영향으로 2021년 37위까지 상승했지만 2022년 대형 횡령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순위는 53위로 추락했다. 올해 역시 70개국 중 55위에 그쳤다.

최 회장은 "회계투명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회계투명성은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최운열 공인회계사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1.05. kmn@newsis.com
최 회장은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기본법 제정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의무화 ▲2017년 개정된 신외감법 안착 ▲감사품질 확보를 위한 회계업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운열 회장은 회계기본법 제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외부감사법 등 여러 법에 흩어진 회계 규율을 공통 원칙 아래 정비해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으로, 현재 박찬대·최은석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최 회장은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됐고 여야 법안 발의까지 이뤄진 만큼, 입법으로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 의무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최 회장은 "지자체 민간위탁사업 규모가 연간 14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이를 철저히 검증하도록 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서울시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에서 회계감사 대신 세무사의 결산서 검사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 움직임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특히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장 혼선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지방자치법에 관련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직접 주도해 만든 신외감법에 대해서는 "우리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여온 제도"라며 "지금은 제도를 완화할 때가 아니라 안착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저가 수임 경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최 회장은 "최근 자유선임 시장에서 저가수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수임 경쟁 때문에 감사시간과 절차까지 줄어들면 부실감사 위험이 커지고, 결국 기업 재무정보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최근 대형회계법인 대표들과 만나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감사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감리 필요성 검토를 요청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최운열 공인회계사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1.05. kmn@newsis.com
기업이 스스로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밸류업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아무리 제도를 만들어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밸류업은 성공할 수 없다"며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했더니 주가가 오르고 대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더라는 경험을 기업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회계감사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주가가 오르면 상속·증여세 부담도 커지는 구조에서는 대주주가 기업가치 상승을 반기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밸류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달 말 발표되는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에 대해 "상장회사협의회와 공동으로 수요 연구를 진행한 결과 900~1000명 정도가 적정한 숫자"라며 "업계 수요와 환경 변화를 고려해 900~1100명 정도로 범위를 유연하게 설정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금융당국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회계개혁 당시 급격히 늘었던 회계사 수요는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실질적인 채용 수요와 누적된 미지정 인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합격자들이 실무수습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년은 첫 임기에 추진한 과제들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고, 회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며 "임기를 마칠 때 회계기본법이 제정되고 회원들의 업무 여건과 전문성이 한층 높아지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회계투명성까지 개선된다면 스스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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