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6일부터 정보공개법 개정안 입법예고
비공개 사유 구체화…부존재 결정도 이의신청
폭언 청구 반복하면 정보공개시스템 이용 정지
담당자 보호 의무 신설…비용 미납자 청구 제한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공공기관이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구체화된다. 내부 검토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제한하고 기업의 영업비밀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자료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비공개 범위도 명확해진다. 폭언·협박 등이 담긴 청구는 종결 처리하고 이런 청구를 반복하면 정보공개시스템 이용을 정지하는 근거도 마련된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오는 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5일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는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1998년 약 2만6000건에서 지난해 약 262만 건으로 27년 새 약 100배 늘었다.
최근 3년간 정보공개율은 2023년 94.3%, 2024년 94.2%, 지난해 94.1%로 94%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기관이 비공개 사유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공개해야 할 정보까지 제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비공개 기준 구체화…내부 검토·영업비밀 확대 해석 제한
개정안은 공공기관이 비공개 사유를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지 못하도록 비공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5개 정보 유형의 기준을 구체화했다.
▲법령상 비밀·비공개 정보 ▲재판·수사 관련 정보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정보 ▲개인정보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가 대상이다.
우선 법률 등에 공무원의 일반적인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가 규정돼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를 비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재판·수사 관련 정보도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화했다.
의사결정이나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정보도 무조건 비공개할 수는 없도록 했다. 공개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거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줄 것으로 인정되는 '미확정 정보'로 비공개 범위를 명확히 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법령에 따라 업무를 위탁받은 개인의 정보는 공개 범위를 넓힌다. 성명·직업을 공개할 때 적용하던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요건을 삭제하고, 공개 항목에 '소속'을 추가한다. 공무를 수행하는 범위에서는 공익적 필요성을 별도로 따지지 않고 해당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인 관련 정보는 비공개 범위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제한한다. 비공개 판단 기준도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에서 '구체적인 손실이 발생할 명백한 우려'로 구체화한다. 막연히 기업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같은 정보를 청구해도 기관마다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는 담당자 교육과 운영 안내서 등을 통해 개선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개 여부는 정보를 보유한 기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구조여서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유사한 정보에 기관마다 판단이 다른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공표 확대…'정보 없다'는 결정에도 이의신청
국민이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사전정보 공표 대상도 확대한다. 국민의 건강·안전 정책 정보와 감사 정보, 연구용역 결과, 위원회 구성·운영 정보 및 회의록 등을 추가한다.
이의신청 대상은 비공개·부분공개 결정에서 '정보공개와 관련한 공공기관 결정' 전체로 넓힌다. 이에 따라 공개나 부존재 결정에도 행정심판·행정소송에 앞서 해당 기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부존재 결정은 청구한 정보를 해당 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기관이 공개로 처리했더라도 제공한 자료의 내용이나 범위가 청구인이 요구한 것과 다른 경우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정보공개심의회는 대면심의를 원칙으로 운영하도록 법에 명시한다. 심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처리 기간은 현행 7일에서 14일로 늘린다.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기간도 7일에서 10일로 늘어나, 연장 시 최대 처리 기간은 14일에서 24일로 바뀐다.
◆폭언 청구 반복하면 시스템 이용 정지…담당자 보호 의무도
정보공개 담당자를 보호하고 권리남용적 청구에 대응하기 위한 조항도 신설한다.
공공기관의 장은 담당자가 폭언·욕설·협박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청구인에게도 적법한 정보공개 처리에 협조할 의무를 부여하고, 부당한 요구를 금지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보호 조치는 대통령령으로 정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원처리법상 담당자 보호 조치를 참고하고 있다"며 "정보공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을 대통령령에 구체적으로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폭언·욕설·비방·협박 등이 포함된 청구는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사유로 종결된 청구가 일정 횟수 이상 반복되면 공공기관장의 요청과 정보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쳐 행안부 장관이 해당 청구인의 정보공개시스템 이용을 정지할 수 있다.
다만 청구인의 소명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이용을 정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이용 정지는 일정 기간을 두고 적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정지 기간과 이용 제한 대상이 되는 종결 횟수는 의견 수렴을 거쳐 정할 예정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공개 비용을 내지 않은 청구인은 미납액을 정산할 때까지 신규 청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납액이 2900만원에 달하거나 미납 건수가 451건인 사례도 있었다.
시도와 시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처리하던 정보공개 행정심판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 일원화해 재결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인다. 정보공개위원회에는 정보공개시스템 규약·운영에 관한 심의·조정 기능을 추가한다.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전담조직(TF)을 구성하고, 관계부처와 공무원노조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개정안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장하고, 한층 투명하며 책임성 있는 국민주권정부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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