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에로티시즘 거장 틴토 브라스 감독 별세

기사등록 2026/11/05 10:50:43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칼리굴라'(1980) 등으로 이탈리아 에로티시즘 영화의 상징으로 불렸던 틴토 브라스(Tinto Brass·93) 감독이 사망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은 4일(현지 시각) 브라스 감독이 이날 오전 로마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인은 노환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알려졌다. 장례는 가족끼리 비공개로 치러진다.

1933년생인 고인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일하며 누벨바그를 접했고,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며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1963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상영된 데뷔작 '일하는 자는 패배한다'를 시작으로 '양키'(1966) '콜 쿠오레 인 골라'(1967) 등 실험적 작품을 내놓으며 신진 아방가르드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1970년대부터 에로티시즘을 본격적으로 작품 안으로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나치 시대 독일 베를린 매춘업소를 배경으로 한 '살롱 키티'(1976)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로마제국 황제 칼리굴라의 이야기를 담은 '칼리굴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말콤 맥다월과 헬렌 미렌이 출연하고 고어 비달이 각본을 쓴 이 작품은 당시 제작비 약 2500만 달러가 투입됐을 정도로 대작이었다. 다만 제작자 밥 구치오네가 브라스 감독과 상의 없이 하드코어한 장면을 삽입하면서 브라스는 대중에 공개된 최종본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3년 칸영화제에선 해당 장면을 걷어낸 복원판이 상영하기도 했다.

1983년엔 일본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소설 '열쇠'를 기반해 만든 동명 영화로 에로티시즘 장르의 대가로 평가 받았다. 그는 '미란다'(1985) '파프리카'(1991) '올 레이디 두 잇'(1992)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전성기를 보냈다. 다만 경력 내내 여성을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았다.

2010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휠체어에 의지해 온 고인은 지난 9월 83회 베네치아영화제 개막 전야 행사에서 4K 복원판 '콜 쿠오레 인 골라' 재상영과 함께 피에트로 비앙키상을 받았다. 아내 카테리나 바르지가 대독한 메시지에서 브라스 감독은 자기 영화를 "기괴하고 역설적이며 거칠고 과장되고 초현실적"이라 규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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