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美에 양보, 추가공격 부를뿐"
이란, '전쟁 승리로 미국 정권교체' 해석
'출구 모색' 트럼프, 핵시설 등 타격할까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이란 전쟁이 9개월째에 접어든 시점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참패했다.
공화당 참패를 미국의 이란 전쟁 최종 패배로 해석하는 이란 정권이 핵 양보 압박에 대한 저항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연내 이란 전방위 공습 재개를 감행할지 주목된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4일(현지 시간) "미국은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을 추구하고 있으며, 양보는 오히려 추가 공격을 부추길 뿐"이라며 "패권주의 적에게 조금이라도 항복하려는 기색을 보인다면, 지금까지 거둔 막대한 성과는 물거품이 된다"고 밝혔다.
공화당 참패 윤곽이 드러난 시점에 내놓은 첫 메시지를 통해 미국에 대한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에 고농축 우라늄 반출 동의·핵 시설 사찰 재개 등 선제 양보를 요구하며 협상 재개를 타진했으나, 이란은 미국이 해상 봉쇄·석유 제재 등을 먼저 해제할 것을 요구하며 선거 정국을 주시해왔다.
결국 중간선거 결과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 심판으로 나타나자, 핵 문제를 포함한 미국의 요구에 대한 양보는 일절 불가능하다는 기존 강경 기조를 다시 명확히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이번 선거 결과는 이란 지도부로 하여금 종전 협상에서 기존 입장을 더 강경하게 고수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이란 입장이 한층 완고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패권주의 체제가 정당이나 계파 교체를 통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거나, 미국에 양보함으로써 이란인에 대한 적대감을 버리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절대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더 강한 이란'으로 계속 나아가는 길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란 정권은 나아가 이번 선거 결과를 미국의 궁극적 패전으로 해석하는 기류다. 이란 정권 교체에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자국 정권을 잃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은 이란 정권 교체를 주요 목표로 삼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살에 성공했으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직위를 승계하면서 정권은 유지됐다. 미국·이스라엘은 이후에도 지상군 투입에 선을 그으면서 정권 교체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권이 자국 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하면서, 오히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이스라엘 정권이 교체됐다는 것이 이란 인식이다.
알리 니크자드 국회부의장은 "이번 선거는 트럼프가 이란 국민에게 패배한 결과의 여진"이라고 평가했고, 메이삼 조후리안 국회의원은 "어느 당이 이기고 어느 당이 졌는지가 아니라, 침략자가 진흙탕 속에 처박혔고 이란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기쁨이자 핵심"이라고 자축했다.
이란은 최근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철창에 갇힌 인공지능(AI) 이미지와 '트럼프를 죽일 것(We will kill Trump)'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판을 게시했는데, 가디언은 이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는 이란이 화요일(3일) 실제로 트럼프를 죽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방위 공습 재개를 최종 결정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을 중동에 추가 전개하고 역내 미군 병력을 후방으로 물리며 대이란 군사적 압박을 크게 끌어올린 상태다.
지난달 31일 지하에 원심분리기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을 거론하고 "한두 곳을 아직 처리해야 한다. 10분이면 할 수 있다"며 핵 시설 공격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 양보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간선거 공화당 참패가 확인되자 기세를 올리며 고강도 보복 공격을 공언하는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공화당 다수당이 유지되는 연내에 이란 재공습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논객 로라 루머는 "이제 대통령이 이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때다. 그냥 실행하라. 이제는 잃을 것도 없다"고 촉구했다. 2016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궁지에 몰린 그가 분노와 원망을 느끼며 공격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핵 무장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이란이 핵 양보를 일체 거부하는 상황에서 종전에 합의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렵다. 핵 위협 관련 가시적 타격을 상징적으로라도 보여줘야 종전 명분이 선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은 중간선거 전 기싸움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패배 부담 및 공화당 내 압박에 떠밀려 선제 제재 해제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끝까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선거 전날 케슘섬을 공습하기까지 했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공화당 패배로 이란 전쟁 종식 압박이 커지겠지만, 추가 공습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외교적 승리를 거두거나 최소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선거) 패배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버라 슬라빈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대통령은 여전히, 특히 새 의회 출범 전까지 최고사령관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전면전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봤다. JD 밴스 부통령 등 정권 내 전쟁 재개 반대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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