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시키는 대로 끝없는 질주…국현 청주관 '기술의 노스탤지어'

기사등록 2026/11/05 08:56:36

뉴미디어 소장품 특별전 6일 개막

김아영, <고스트 댄서 A>, 2022, 영상 설치; 단채널 영상, 컬러, 무음; 헬멧, 태블릿, 전선, 주름관, 체인, 1분 40초, 가변크기.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허공에 오토바이 헬멧 두 개가 매달려 있다. 헬멧 안에서는 가상의 배달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달린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이들에게 멈춤은 없다.

김아영의 영상 설치 작품 '고스트 댄서 A'(2022)다. 가상의 배달 플랫폼에서 인간의 몸과 시간이 어떻게 통제되는지를 보여준다. 헬멧 속 화면에서 질주하는 노동자들은 현실의 플랫폼 노동자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몸은 사라졌지만 노동은 멈추지 않는다.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통제하는 시대의 역설이다.

백남준의 브라운관 TV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AI 거북이까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해 온 뉴미디어 아트 60여 년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뉴미디어 소장품 특별전 '기술의 노스탤지어'를 6일부터 2027년 3월 14일까지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백남준, 박현기, 김수자, 구정아, 김희천, 김아영, 호 추 니엔, 이안 쳉 등 국내외 작가 23명의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전자회로와 브라운관 TV', '비디오의 물질성', '디지털 전환', '생성형 예술'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백남준의 'TV를 위한 선'(1963)은 기술적 오류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운송 중 내부 부품이 파손돼 TV 화면에 수평선 하나만 나타나자, 작가는 모니터를 90도로 돌려 수직선으로 바꿨다. 고장 난 TV를 예술로 전환한 것이다.

박현기의 '무제(TV 돌탑)'(1979)은 실제 돌과 돌 이미지가 나오는 TV 모니터를 겹겹이 쌓았다. 자연석 사이에 놓인 TV는 또 하나의 돌이 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이미지인지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면서 영상은 더욱 자유롭게 변형되고 확장됐다.

김희천의 '썰매'(2016)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잃어버린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영상에서는 거리의 모든 사람 얼굴이 작가의 얼굴로 바뀐다. 디지털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과 가상세계가 현실을 잠식하는 공포를 드러낸다.

전시의 마지막은 AI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생성형 예술이다.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의 '끝없는 날의 유령들'(2025)은 2011년 미완성으로 남겨둔 영화의 촬영 원본을 AI 시스템에 학습시켜 새로운 영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알고리즘은 장면과 인물을 끊임없이 조합하며 매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안 쳉의 '천 개의 삶'(2023)에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거북이가 등장한다. 거북이 '천 개'는 방 안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장애물을 피한다. 정해진 결말 없이 환경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실시간 시뮬레이션 작품이다.

전시는 기술이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감각과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시실과 2층 보이는 수장고에서 열린다. 관람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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