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협상 질문에 바라카 사업 경험 설명
"한수원 사업 평가하려는 취지 아냐" 선 그어
바라카 추가 공사비 놓고 모회사 한전·자회사 한수원도 이견
전력망 투자 확대 전망…장기적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언급
[광주=뉴시스]임소현 기자 = 한국전력 관계자가 신규 노형을 적용하는 해외 사업에서도 계약 당사자 간 조건이 맞으면 공사비 총액을 미리 확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사 간 협상이 결렬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과 관련한 질문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경험을 들어 설명한 것이다. 다만 이번 발언이 한수원의 계약 협상에 대한 평가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4일 광주에서 열린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빅스포) 2026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노형을 적용한 해외 원전사업에서도 총액확정계약을 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업자와 계약자 간 이해관계가 맞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총액확정계약은 공사비 총액을 계약 단계에서 미리 정하는 방식이다. 공사비를 예측하고 관리하기 쉽지만 설계 변경이나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추가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중요한 계약 조건이 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주설비공사 협상에서 한수원은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반면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시공단은 처음 건설하는 노형인 만큼 설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양측은 이러한 계약 조건을 놓고 협의를 이어갔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수원 사업을 평가하려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한전이 UAE 바라카 원전을 추진할 당시에도 동일한 APR1400 노형을 적용한 국내 신고리 3·4호기가 완공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새로운 노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액확정계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실제 계약 체결 여부는 당사자 간 합의에 달려 있다는 취지다.
한전 관계자는 체코 원전 협상과 관련해 "한수원이 정부와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수원과 논의해 경위를 파악하고 향후 한전이 추진하는 사업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라카 추가비 "발주처 정산 우선"…베트남 원전 "기업 간 협력 진행 중"
한전은 바라카 원전사업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도 설명했다.
바라카 원전은 한전이 UAE 발주처와 주계약을 체결하고 자회사인 한수원이 주요 사업 수행자로 참여한 사업이다.
바라카 원전은 한전이 UAE 발주처와 주계약을 맺고, 100% 자회사인 한수원이 시운전 등 운영지원 업무를 맡은 사업이다. 두 회사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지만 별도의 법인으로, 2010년 운영지원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의 갈등은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한수원은 계약에 따라 수행한 업무에 대한 추가 비용 약 11억 달러를 한전이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전은 UAE 발주처와의 정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한수원은 지난해 5월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후 산업통상부의 권고에 따라 양측이 국내 중재로 이관하기로 합의하면서 올해 6월 영국 중재를 취하했다. 다만 추가 비용을 둘러싼 정산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이날 한전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 정산과 관련해 "발주처하고 먼저 정산 이슈를 해결하고 나서 추후 협상을 통해 정산하자고 협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전이 UAE 발주처를 상대로 추가 비용을 정산한 뒤 한수원과 관련 비용을 협의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베트남 원전사업과 관련해서는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사업권을 확보하는 절차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베트남 국회에서 한국형 노형을 채택하면 정부 간 협상과 사업권 확보를 거쳐 기업 간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 간 협력은 계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상장을 통한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룹사 상장 부분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전력망 투자 12조원보다 늘 것"…동서울변환소 추가 협의
한전은 앞으로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전력망 투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 관계자는 관련 사업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면 전력망 투자 수요가 기존에 거론된 12조원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사업 계획이 확정돼야 산정할 수 있다면서 "재원 확보를 위해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정부 출자와 송전망 투자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요금 인상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상 폭을 제시하려면 전력망 투자 수요와 장기적인 국제유가·환율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서울변환소 증설 문제도 언급됐다.
주민과 정부, 한전이 참여하는 협의체는 지난 3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며, 앞으로 추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하남시가 주민 수용성을 강조하며 충분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연간 약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호남권 반도체 프로젝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지중 송전선로는 2028년 말까지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발전사 통합 땐 구매·투자 일원화"…지역별 도매가격제 영향은
발전공기업 통합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통합 후에도 자회사 형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연료 구매와 설비투자가 일원화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대규모로 발주해 비용을 줄이면 한전의 연결 재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지역별 전력 도매가격제(LMP)와 관련해 김동철 한전 사장은 송전 제약이 걸렸을 때 수도권의 비싼 발전기를 기준으로 산정한 도매가격을 비수도권에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현물시장에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라고 짚은 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보완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많이 맺고 있어 LMP 도입에도 수익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물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거래하는 경우에는 "현재 REC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장기 고정가격 계약 발전기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용 지역별 소매요금제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남부 지역은 최대 10%까지 요금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류 배전 실증 확대…AI 전력망 2031~2032년 상용화 전망
한전 관계자는 직류 배전의 실증과 표준화를 추진 중이라며 저압 직류 배전 관련 국내 기준이 연말께 채택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실증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라며 한전 사옥과 데이터센터 등에 직류 배전을 적용하는 사업을 소개했다.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량을 늘리기 위해 송전망 양쪽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배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전 관계자는 "양쪽에 ESS를 놓으면 평상시 약 4.9GW인 전송 용량을 5GW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며 호남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빅스포에서 공개한 'AI 버추얼 파워그리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전력계통 전체를 디지털 트윈화해 신규 설비 접속이나 고장 상황을 반복적으로 모의실험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상용화 시점은 2031~2032년으로 내다봤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망 계획과 고장 분석에 활용할 수 있지만 송전망 투자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현 단계에서 수치로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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