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외국인 투숙객 약 80%…미국인 최다·중국인 급증
남산 연계 패키지·화장품 업체 협업으로 한국 체험 강화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조인서 인턴 기자 = “럭셔리에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합니다.”
이중호 르메르디앙 & 목시 서울 명동 총지배인이 2019년 3월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총지배인 시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그는 호텔 콘텐츠, 서비스, 분위기, 고객용 어메니티 등의 수준이 럭셔리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7년 만에 다른 호텔에서 다시 만난 이 총지배인에게 생각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죠. 하지만 총지배인이 하드웨어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잘 지어진 시설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보수하는지, 음식은 얼마나 맛있게 만드는지, 서비스 수준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오래된 럭셔리 호텔들이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결국 그런 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행복한 호텔’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그대로다.
그는 “고객이 행복한 호텔을 만들려면 근본적으로 직원이 행복해야 합니다. 직원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총지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같습니다”고 밝혔다.
1994년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현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호텔업에 입문한 이 총지배인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등을 거쳤다. 2019년부터는 메리어트 코리아 비즈니스 카운슬 의장도 맡고 있다.
그가 이끄는 르메르디앙 & 목시 서울 명동은 2022년 11월25일 서울 중구 명동8나길에 개관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프리미엄 브랜드 ‘르메르디앙’(Le Méridien) 200실과 셀렉트 브랜드 ‘목시’(Moxy) 205실로 구성된 국내 최초 듀얼 브랜드 호텔이다. 르메르디앙은 5성급, 목시는 3성급이다.
◆4개 부문 수상…ADR 매년 10% 이상 상승
올해 두 호텔과 이 총지배인은 주요 시상에서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목시 서울 명동은 ‘2025 메리어트 셀렉트 브랜드 어워드’를 받았다.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은 ‘T+L 럭셔리 어워드 아시아퍼시픽 2026’ 대한민국 시티 호텔 부문 10위에 올랐고, ‘2026 트립어드바이저 트래블러스 초이스 어워드’도 품에 안았다.
이 총지배인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APEC(중국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역 ‘올해의 총지배인’에 선정됐다.
경영 성과도 개선됐다.
지난해 평균 객실 점유율은 르메르디앙 약 80%, 목시 약 77%였다. 현재도 두 호텔은 평균 80% 안팎을 유지한다. 객실 평균단가(ADR)는 개관 이후 매년 10% 이상 상승했다.
그는 무조건 객실을 채우기보다 점유율과 객단가의 균형을 중시한다.
“90%까지 올라가면 더 좋겠지만, 80% 정도를 유지하면서 객단가를 조정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르메르디앙은 내년에도 점유율 80% 정도를 유지하면서 객단가를 조금 더 높이는 방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객실 점유율을 무리하게 높이기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객단가를 끌어올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약 4년 동안 고객 구성도 확연히 달라졌다.
개관 초기에는 ‘메리어트 본보이’(Marriott Bonvoy) 포인트를 이용하는 국내 고객이 많아 내국인 비중이 40%에 이르기도 했다. 현재는 외국인이 약 80%, 내국인이 약 20%다.
미국인 고객이 가장 많지만, 중국인 고객이 빠르게 늘면서 약 두 달 전부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인 단체 고객도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개별관광객이다.
목시 역시 일반 패키지 단체보다 개별관광객과 마이스(Meetings, Incentives, Conventions, Exhibitions, MICE) 수요가 중심이다.
이 총지배인은 관광지 방문 자체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여행객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현지에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체험하고, 어떤 추억을 만들어 가는지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명동의 길거리 음식, 청계천, 서울 도심 풍경 등도 외국인에게는 하나의 여행 콘텐츠다.
특히 K-팝, K-뷰티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호텔은 남산 방문 연계 패키지, 국내 화장품 업체와의 협업 등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총지배인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지역이 명동 외에도 홍대, 성수동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다만 명동은 관광·쇼핑뿐 아니라 금융·비즈니스 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입지적 강점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 명동 일대 호텔들이 국내 호텔 시장에서 가격과 운영 성과를 주도했던 점을 떠올리며, 이곳에서 경쟁력 있는 호텔을 운영하는 것이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듀얼 브랜드 운영…고객·호텔·직원 윈윈
듀얼 브랜드 운영 방식도 바뀌었다.
개관 초기에는 르메르디앙과 목시의 정체성이 섞이는 것을 우려해 프런트 인력을 구분했다. 서비스 방식과 직원 이미지에도 차이를 뒀다.
세일즈 조직도 분리했다. 가격대가 다른 두 호텔을 한 조직이 판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목시에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현재는 각 호텔의 프런트 근무 공간은 유지하되, 직원들이 약 3개월마다 두 호텔을 오가며 서비스와 운영 체계를 모두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세일즈 조직도 통합했다.
“효율성이 높아졌고, 직원들이 배우는 것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두 브랜드를 함께 경험하는 것을 직원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가 이 호텔을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듀얼 브랜드였다. 등급과 성격이 다른 호텔을 동시에 운영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도전이면서 후배들의 경력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직원들은 회사를 옮기지 않고도 서로 다른 브랜드의 서비스와 고객층을 경험할 수 있다.
고객에게도 이점이 있다.
부모는 르메르디앙, 자녀는 목시에 묵는 등 한 가족이 두 호텔을 함께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취향이나 여행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호텔을 선택하면서도 같은 건물에 머물 수 있다.
반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목시 투숙객이 르메르디앙의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르메르디앙 고객에게 프리미엄 서비스의 가치가 희석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이 총지배인은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파악해 제공하는 데 힘쓰려고 합니다”고 차별화 방안을 설명했다.
◆직원 만족도 96점…고객 요청, ‘거절’보다 ‘해결책’ 먼저
수상의 공은 직원들에게 돌렸다.
직원들 사이에 고객의 요청을 쉽게 거절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한 가족이 르메르디앙 객실과 목시 객실을 나눠 이용하면서 함께 식사할 장소와 가족 모임용 큰 객실을 요청했다.
쉽지 않은 요청이었지만 직원들은 거절할 이유보다 해결책을 먼저 찾았다.
“고객이 어떤 요청을 하면 ‘어떻게 잘 거절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해드릴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우리는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생긴 것이죠.”
직원들이 만족하는 근무 환경도 그의 오랜 경영 원칙이다. 이 총지배인이 귀띔한 직원 만족도 조사 점수는 96점이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글로벌 조직문화 평가기관 ‘GPTW’(Great Place To Work) 코리아의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시상식에서 ‘GPTW 파이오니아상’을 받았다.
여성 직원 경력 개발, 장애인 정규직 채용 확대, 직원 복지와 성장 기회 확대 등이 주요 공적으로 꼽혔다.
중간 관리자를 포함한 간부 32명 중 여성은 19명이다. 다만 호텔 최고 경영진에는 아직 여성이 없다.
그는 이를 개선 과제로 꼽으며, 여성 직원들이 고위직으로 성장할 기회를 늘리면서도 성별에 따른 차별이나 역차별 없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직원 4명은 공용 공간과 직원 공간의 청소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호텔 행사에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참여한다.
이 총지배인은 개관 준비 단계부터 장애인 채용을 추진했으며, 이들이 조직의 일원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앞장서 만들어가고 있다.
이 호텔은 메리어트 교육과 별도로 자체 교육 ‘인사이트’를 운영한다.
각 부서장이 중간 관리자들에게 다른 부서의 업무를 알려주는 과정이다. 재무 부서는 손익계산서(P&L)를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자신이 속한 부서의 업무를 넘어 호텔 전체의 운영 구조를 이해해야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간 네 차례 정도 기수를 나눠 진행한다.
총지배인·부서장이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야구장·테마파크 등을 함께 찾아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늘린다.
개관하고 2년 정도가 지나면서 근속 2년 차 직원들의 퇴직이 나타나자 이 총지배인은 이들을 따로 모아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들려주고 질문을 받는 자리도 마련했다.
◆‘고급화’와 ‘로컬’…F&B 매출, 매년 두 자릿수 성장
식음(F&B) 매출도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전략은 ‘고급화’와 ‘로컬’이다.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라팔레트 파리’는 뷔페의 해산물 구성을 강화하고 육류 등급을 높이는 등 음식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르메르디앙이 지닌 프랑스 감성과 미식 문화를 살리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 총지배인은 명동이라는 입지에 주목했다.
관광객과 직장인이 몰리는 명동에는 호텔 밖에도 수많은 음식점이 있어 품질은 기본이고 가격 경쟁력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로비 라운지 & 바 ‘르미에르’는 인근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점심 메뉴를 2만원대 초중반에 판매한다.
르메르디앙의 시그니처인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illy)의 원두로 만든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호텔 밖에서 식사하고 커피를 별도로 구매하는 비용까지 고려한 가격 정책이다.
지역 특색도 반영했다.
대표적인 것이 ‘남산 돈가스’에서 착안한 돈가스다. 서울의 대표적인 먹거리를 호텔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메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에 오면 자기 나라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저희도 그런 부분을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는 7년 전 그가 호텔 F&B의 경쟁력으로 ‘로컬’을 강조했던 것과도 맥이 닿는다.
◆K-컬처 열풍, 방한으로…국가 차원 관광 마케팅 필요
한국 관광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일관된 마케팅을 주문했다.
2019년 외래객 확대 방안으로 마이스 활성화를 역설했던 그는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 3년간 관광 시장이 멈췄던 점을 지적했다.
개별 국제회의나 행사 유치 지원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일관된 홍보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인도의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 캠페인(2002), 싱가포르의 ‘더 홀리데이 유 테이크 홈 위드 유’(The Holiday You Take Home With You) 캠페인(2012)을 예로 들었다.
관광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국가 차원의 마케팅이 실제 방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K-팝과 K-컬처에 대한 관심을 실제 방한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호텔에 와서 어디에서 얼마를 쓰는지는 개별 사업자가 할 일이죠. 그 전에 한국으로 오게 만드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33년 차 베테랑 호텔리어는 르메르디앙 & 목시 서울 명동을 어떤 호텔로 만들고 싶을까.
“우리 호텔에서 하룻밤 묵거나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느꼈으면 합니다. ADR이 가장 높은 호텔이 되는 것보다 서비스, 품질, 실적, 직원 만족도 등 여러 면에서 한국 호텔 업계를 이끄는 호텔, 한국을 찾으면 한 번쯤 와 봐야 할 호텔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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