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내부 이메일에 15만건 이상 검토·6만6000건 넘게 추가 수사 의뢰
캘리포니아 의심 명단 40% 이상, 주 유권자 명부에 없어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 시간) 국토안보부(DHS)가 비시민권자 투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수백 명의 요원을 동원해 유권자 기록을 살피고, 불법 투표가 의심되는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가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 행정부 출범 이후 투표사기 관련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239명이다. 이 가운데 195명은 최근 9주 동안 25개 주에서 불법 투표나 유권자 등록 관련 혐의로 기소된 비시민권자다. 기소 대상에는 실제 투표 없이 등록만 한 혐의를 받는 사람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시민권자 투표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NYT는 여러 연구에서 비시민권자 투표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대규모 수사에서도 이런 투표가 만연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토안보부는 9개 주요 산하기관 중 추방·국경관리·재난대응·이민신청 업무를 맡는 최소 4곳을 이번 조사에 동원했다. 국가안보 위협과 이민 관련 사기를 조사하던 요원들도 유권자 명부를 살피는 업무에 투입됐다. 평소 아동 착취와 불법 무역 등을 수사하던 국토안보부 요원들은 비시민권자의 불법 유권자 등록을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단체 150개 이상을 조사했다.
NYT가 확인한 9월 내부 이메일에는 이민 당국이 전국에서 비시민권자의 유권자 등록 여부와 관련해 15만건 이상을 검토하고, 6만6000건 넘게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추가 수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직 국토안보부 당국자들은 이를 넘겨받은 ICE 요원들의 업무 부담이 막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차관대행을 지낸 케네스 쿠치넬리 2세도 수사를 옹호했다. 그는 “문제의 범위와 규모는 논쟁 대상이지만,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에는 실제 투표했다는 증거가 없는 등록 유권자들도 포함됐다. NYT가 확인한 문서에 따르면 미 이민국(USCIS) 직원들은 10월 말 캘리포니아주에서 불법 유권자 등록이 의심되는 약 1만5000건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국토안보부 당국자가 보낸 10월 이메일에도 실제 투표 증거가 없는 등록 유권자들을 조사한다는 설명이 담겼다.
비시민권자가 유권자로 등록하면서 자신을 미국 시민이라고 거짓으로 확인하는 행위는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아도 불법이다. 다만 일부 이민자들은 운전면허를 발급받거나 갱신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유권자로 등록됐다고 주장했다.
연방정부가 비시민권자로 의심한 명단의 정확성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캘리포니아주 주민 약 2만명을 비시민권자일 가능성이 높은 등록 유권자로 지목하고 이들의 투표용지를 분리 보관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법원에 제출된 데이터 분석 결과, 명단에 오른 사람의 40% 이상은 캘리포니아 유권자 명부에 없었고 수천 명은 시민권자인 것으로 보였다.
네바다주에서는 국토안보부가 당초 약 1만6000명의 비시민권자가 유권자로 등록돼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 뒤, 수작업 검토를 거친 185명의 명단을 주정부에 보냈다. 주 당국은 자체 기록상 이들 모두 미국 시민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 투표권 담당 변호사 출신인 데이비드 베커 선거혁신연구센터 대표는 이번 수사가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증거를 만들어내려 하지만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에릭 밸리엇은 수사 인력 배분을 문제 삼았다. 그는 “국가안보 사안을 다루는 특수요원과 연방 범죄수사관을 빼내 이 일에 집중하도록 해야 하느냐”며 “공공안전 위협을 따져보면 답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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