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제한…접근 차단보다 플랫폼 책임 강화해야"

기사등록 2026/11/04 13:30:00

성평등부·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디지털 안전 포럼 개최

호주 16세 미만 SNS 제한…美·EU 등 플랫폼 안전책임 강화

전문가들 "최소 연령 제한 필요하지만 성급한 도입 경계"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22년 5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교하고 있다.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2022.05.25.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제한 방안에 대한 신속한 논의를 지시한 가운데, 단순한 이용 제한을 넘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 오디토리움에서 '청소년 디지털 안전을 위한 플랫폼 사업자 책임강화 방안'을 주제로 청소년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청소년 SNS 이용 제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세밀하게, 신속하게 해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과거 게임 셧다운제를 성급하게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언급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맞춤형·단계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론화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전한 플랫폼 환경을 위한 사업자의 예방과 보호책임'을 주제로 해외 규제 동향과 국내 제도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성 연구위원은 청소년의 SNS 이용에 최소 연령 제한은 필요하지만 성급한 도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가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위험을 예방하도록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거나 플랫폼 사업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보유를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시행 초기 약 470만개 계정이 비활성화·삭제·제한됐으며 올해 3월까지 약 31만개 계정이 추가로 제한됐다.

하지만 계정 제한 조치에도 청소년의 SNS 이용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성 연구위원이 제시한 호주의 10~15세 청소년 803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SNS 계정 보유율은 시행 전 52.4%에서 시행 3개월 후 42.1%로 10.3%포인트(p) 낮아졌다.

반면 연령 제한 대상 플랫폼 이용률은 같은 기간 85.9%에서 81.5%로 4.4%p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규제 대상이 아닌 메신저를 매일 이용한다는 응답은 오히려 40.5%에서 52.3%로 11.8%p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플랫폼의 중독적 설계와 사업자 책임을 규제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역시 플랫폼 사업자가 청소년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안전조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성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의 위험평가와 개선조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추천 알고리즘 등 청소년의 과도한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규제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위험을 사전에 평가·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토론자로 나선 윤금낭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연령 제한과 이용시간 제한은 필요한 보호 수단이지만, 이용 제한만으로 청소년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용을 허용할 것인가'와 '허용한 서비스를 얼마나 안전하게 만들 것인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며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알림 등 서비스의 설계 방식이 과도한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만큼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예방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사업자의 의무는 위험 수준에 비례해 적용하고, 청소년의 정보 접근권과 자기결정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경 초록우산 옹호사업본부 팀장 역시 이용 제한을 넘어 플랫폼의 구조적 위험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초록우산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의 53.4%가 유해 콘텐츠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고, 이 중 80.3%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팀장은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재생, 무한 스크롤 등 서비스의 기능과 운영 방식이 아동·청소년의 위험을 발생시키거나 확대할 수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사전에 평가하고 완화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위험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평가 결과와 개선조치를 점검하고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감독체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챗봇의 확산에 따른 청소년 보호 방안도 논의됐다.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은 '생성형 AI·챗봇 등 청소년 이용 현황 및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생성형 AI가 학습과 정보 검색, 상담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정보 제공, AI에 대한 정서적 의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의 약화 등 새로운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와 기술적 보호조치, 윤리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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