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디오스트롱, 셋톱박스 130만대에 제조단계부터 악성코드 심어 판매
사용자 몰래 광고 클릭 조작하고 트래픽 우회…기기 화면 촬영해 외부 전송까지
구글, 해당 제조사 인증 자격 영구 박탈…1000만대 추가 피해 방지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전 세계 130만대가 넘는 안드로이드 TV 셋톱박스가 제조 단계부터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된 채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은 기기를 만들 때부터 악성코드를 심어 범죄 조직에 조종 권한을 팔아넘긴 중국 제조사의 인증을 즉각 차단했다. 국내에서도 해당 중국 업체의 셋톱박스나 스마트 기기를 사용 중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IT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국제 공조 수사를 거쳐 전 세계 130만대 이상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조종하던 거대 봇넷(범죄용 해킹 네트워크)의 서버와 도메인을 차단했다.
구글은 중국 기기 제조업체 '비디오스트롱(Videostrong)'이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고 봤다. 이 회사의 자사 브랜드인 '미쿨(MECOOL)'을 비롯해 여러 브랜드의 TV 셋톱박스 제품에 의도적으로 백도어 'XCPE'를 심어 유통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내부 직원의 실수나 개별 해커의 침입이 아닌, 제조사가 조직적으로 범죄망을 구축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판단했다.
◆사갈 때부터 해킹 상태…화면 촬영·광고 조작까지
제조사가 개발한 백도어는 기기 운영체제(기자재 펌웨어) 깊숙한 곳에 시스템 앱 형태로 설치됐다. 이후 셋톱박스를 켜면 구글의 기본 보안 기능을 무력화하고 외부 조종 서버의 명령을 기다렸다가 사용자 몰래 악성 앱을 깔거나 화면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외부로 내보냈다.
악성코드는 사용자의 계정 정보와 기기 목록, 시스템 기록을 빼돌리는 것은 물론 키보드 입력값까지 그대로 수집했다.
범죄조직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셋톱박스 인터넷망을 자신들의 해킹 공격 통로로 악용했다. 범죄에 쓰인 IP 로그 기록에 우리 집 IP가 저장되기 때문에 내 기기가 실제 범죄 행위에 쓰인 것처럼 오인받을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인터넷 광고를 실제로 본 것처럼 조작해 광고비를 챙기는 범죄에도 쓰였다. 감염 기기는 TV 셋톱박스가 대부분이었지만노래방 기기, 디지털 사이니지 기기 등 다른 안드로이드 기반 사물인터넷(IoT) 기기들도 감염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구글, 제조사 인증 자격 영구 박탈
구글은 비디오스트롱과 모든 자회사 및 계열사의 안드로이드 공식 인증 자격을 즉각 박탈했다. 이들이 만든 제품에는 앞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공식 소프트웨어나 구글 앱이 탑재될 수 없게 됐다.
구글은 또 봇넷을 제어하던 핵심 서버는 물론, 악성코드를 유포하던 10여개 범죄 조직의 서버까지 한꺼번에 묶어 차단했다.
구글은 이번 조치로 최소 1000만 대 이상의 추가 감염 기기가 범죄로부터 안전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드로이드 TV 기기의 사전·사후 검증 절차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구글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사용자를 속이고 악성코드를 직접 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플랫폼 생태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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