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퇴할 땐 연금 없다"…'요람에서 무덤까지' 유럽 복지의 위기

기사등록 2026/11/02 20:32:46
[서울=뉴시스] 유럽의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연금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각국의 연금제도 개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출처=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지연 인턴 기자 = 유럽의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연금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국가가 보장해 온 노후 연금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소득의 절반가량을 국가에 납부하고 60대에 은퇴해 안정적인 연금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유럽의 복지 체계가 고령화와 재정 악화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채무 증가와 재정난으로 기존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년 연장을 둘러싼 반발이 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3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의회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벌어졌고 개혁안은 결국 보류됐다

프랑스 국가채무는 올해 3조6000억유로(약 4조달러)로 늘었다. 2017년 2조2000억유로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스퀴르 장관은 "인구통계학만큼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 과학은 없다"며 "오늘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20년 뒤 경제활동인구를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의 연금제도는 재원 마련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현직 근로자의 보험료로 은퇴자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을 운영한다. 소득대체율은 74~82%지만 보험료 부담도 총임금의 27~33%에 달한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은 국가연금과 직장연금을 결합한 혼합형 제도를 운영하며 연금자산은 GDP의 100~200%에 달한다. 덴마크는 정년을 기대수명에 연동해 2070년께 은퇴 연령이 74세를 넘어설 전망이다.

독일과 영국은 두 유형을 절충한 제도를 운영한다. 영국은 정액 공적연금에 민간 직장연금을 결합했고 독일은 연금 지급액에 상한을 뒀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는 연금 재정 보전에 매년 1100억유로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연방정부 전체 지출의 5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이처럼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연금제도를 사전 적립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면서 미래 세대의 재원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보험료를 새 투자기금으로 돌리면 기존 연금 지급을 위해 수백억유로를 추가로 빌려야 할 수 있다.

연금 재정의 불안은 젊은 세대의 노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파리의 대학생 리아나 시드아메드(19)는 "과거에 작동했던 제도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내가 은퇴할 때쯤에는 연금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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