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치매약 레켐비, 효과는?…판단 기준은 '이것'

기사등록 2026/10/29 15:27:38

신체적 노쇠·근감소증, 치료 중 임상 경과 악화와 연관

레켐비 효과, 노쇠나 근감소증 유무 따라 차이 커

[서울=뉴시스] 좌측부터 강성훈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신재민 전공의, 박유정 연구원. (사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알츠하이머병(치매) 치료 신약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병의 원인 물질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레켐비는 비용이 고가인 데다 환자마다 치료 반응이 달라 환자들이 사용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치료 전 신체 상태와 근감소증 여부 등에 따라 레켐비 치료 효과도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아밀로이드 병리의 변화뿐 아니라 걷기, 균형, 근력 등 환자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도 함께 고려해 환자의 임상 경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성훈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신재민 전공의, 박유정 연구원)이 레켐비 치료를 시작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분석한 결과, 치료 전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이 치료 중 인지·일상생활 기능 악화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아밀로이드 병리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혈액 바이오마커인 'p-tau217'의 변화 양상은 노쇠나 근감소증 유무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요인인 뇌 아밀로이드베타를 표적으로 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다. 그러나 실제 진료에서는 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마다 임상 경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레켐비와 같은 항아밀로이드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이들 요인이 치료 중 임상 경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이 구축한 실제 진료 기반 전향적 코호트인 'K-LEARN'을 활용해 이 같은 연관성을 분석했다. 202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레켐비 치료를 시작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87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 여부를 평가하고, 치료 중 인지기능과 임상 경과, 이상반응 및 혈액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추적했다.
 
신체적 노쇠는 균형 능력과 보행 속도, 의자에서 일어나기 등을 평가하는 간이신체수행검사(SPPB)를 통해 측정했으며, 근감소증은 아시아근감소증진단기준(AWGS 2019)에 따라 평가했다. 분석 대상 187명 중 신체적 노쇠가 있는 환자는 52명(27.8%),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63명(33.7%)이었다.
 
분석 결과, 치료 전 신체적 노쇠 또는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임상치매척도 총합(CDR-SB) 점수가 더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임상치매척도 총합점수는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이러한 연관성은 나이, 성별, 교육 수준, APOE 유전자형 및 치료 전 임상 중증도를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신체적 노쇠가 있는 환자에서는 레켐비 주입 관련 반응도 더 많이 발생했다. 주입 관련 반응은 신체적 노쇠 환자의 38.5%(52명 중 20명)에서 나타나, 노쇠가 없는 환자의 17.0%(135명 중 23명)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주요 임상적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신체적 노쇠와 주입 관련 반응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반면, 혈액 p-tau217의 변화 양상은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 유무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p-tau217은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관련 병리와 연관된 혈액 바이오마커로, 이번 연구에서는 신체적 취약성에 따른 임상 경과의 차이가 이 지표의 변화 양상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강성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에서 임상증상이 더 빠르게 악화됐지만, 아밀로이드 관련 병리 변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p-tau217의 변화 양상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레켐비 치료 환자의 경과를 이해할 때 아밀로이드 병리의 변화뿐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도 중요한 요인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레켐비 치료 과정에서 인지기능과 뇌 영상, 혈액 바이오마커를 추적하는 것과 함께 걷기, 균형, 근력 등 신체 기능을 평가하고 환자별 관리 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번 연구는 비치료 대조군이 없는 관찰연구로,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이 레켐비의 치료 효과를 직접 변화시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향후 운동과 영양 관리를 포함한 신체 기능 개선이 치료 중 임상 경과에 도움이 되는지도 검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LEARN 코호트를 활용한 세 번째 연구 성과로, 연구팀은 앞서 혈액 p-tau217의 변화 양상과 이후 인지기능 경과의 연관성, 한국인 환자의 실제 임상 안전성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신체적 취약성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노화와 질병'(Aging and Diseas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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