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외도 의심 나체 찍고 각서 쓰게 한 30대 '실형'

기사등록 2026/10/29 11:35:52
[그래픽]
[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연인의 외도를 의심해 폭행하고 나체 각서 촬영과 협박, 사생활 폭로 등 데이트폭력을 일삼은 3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지법 형사3단독 김희진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강요, 전자기록 등 손괴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교제하며 동거하던 연인 B(34·여)씨가 다른 이성과 사내 메신저로 대화한 것을 알게 되자 2023년 1월28일 주거지에서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물을 뿌리고 발로 밟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에게 나체 상태로 무릎을 꿇게 한 뒤 "다시 바람을 피우면 전 재산을 주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강요하고 이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씨의 휴대전화에 있던 데이터를 전부 삭제해 전자기록을 손괴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B씨와 제3자의 사내 메신저 대화 캡처본을 올리고 직장명을 폭로했다. 이어 "부모에게 연락해 바람을 피워 퇴사해야 한다고 말하면 글을 지워주겠다"며 B씨를 협박해 실제로 부모에게 전화와 문자로 허위 사실을 알리게 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변호인은 "피해자가 자의로 각서를 작성했고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없으며 협박에 의한 연락이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 직후 촬영된 신체 멍 사진, 상담 기관 의뢰 내용, 동생과의 통화 녹음, 메신저 내용 등이 피해자 진술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바람을 피운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다고 해서 폭력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데이트폭력 범죄는 둘 사이의 복합적 감정이 얽혀 큰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폭행 정도가 가볍지 않고 극도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을 촬영했으며 피해자를 회사와 가족으로부터 고립시키려 해 매우 심한 정신적 고통을 줬음에도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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