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
'동자동행, 작은 몸에 담긴 세계'
29일~내년 2월 28일…47건 93점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제행무상 시생멸법(諸行無常 是生滅法; 변천하는 모든 법은 항상하지 않으니 이것이 생겨났다 없어지는 법이다)."
어느 날 설산동자는 나찰(羅刹; 악귀)의 모습으로 나타난 제석천(帝釋天; 불교 수호신)으로부터 이 게송(偈頌; 붓다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을 듣게 된다.
설산동자는 게송의 나머지 구절을 듣고자 했지만, 나찰은 그 대가로 먹이가 되라고 요구했다. 설산동자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
게송을 마지막까지 들은 설산동자는 그 가르침을 전하고자 나무와 돌에 이를 새긴 뒤 높은 나무에 올라 몸을 던진다.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28일 오전 열린 기획전 '동자동행,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에서는 설산동자처럼 구도자로서 동자 등을 표현한 보물 6건, 유형문화유산 16건, 문화유산자료 1건 등 불교문화유산 총 47건 93점을 만날 수 있다.
탱화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 익살스러운 시자(侍者)이면서 구도자로서 상대적으로 '조연'이었던 동자가 '주연'이 되는 자리다.
29일 박물관 1·2전시실에서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불교문화 속 동자의 상징과 동자가 손에 든 지물(持物), 동자상의 형태 등을 조명한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은 "동자는 불교가 지향하는 가장 순수하고 숭고한 실천의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준비한 신지아 학예연구사는 "불교에서 동자는 단순히 어린아이만을 뜻하지 않는다"며 "동자의 다양한 역할과 조형적 아름다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전시실 입구에는 보물 '서울 흥천사 목조관음보살삼존상' 중 '목조남순동자상'과 '목조해상용왕상'이 자리하고 있다.
신 학예사는 "관음보살, 남순동자(선재동자), 해상용왕이 함께 삼존을 이루는 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구성"이라며 "선재동자는 '화엄경'에서 구법의 길을 떠나는 동자를, 해상용왕은 신라 의상스님이 관음보살 친견 전 용왕에게 받은 여의보주를 형상화한 것"이라 했다.
조선시대 임금 세조의 둘째 딸 의숙공주가 발원해 1416년 만들어진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평창 상원사 문수전 목조동자상(3구)'도 눈에 띈다.
서봉스님은 "구도의 열정을 표현하면서도 천진한 모습이 드러난다"며 "이번 전시의 모든 핵심이 여기에 다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동자가 나한·독성·산신 등을 모시면서 수행하는 모습이나 시왕(十王) 양옆에서 선업과 악업을 기록해 보고하는 모습 등도 전시됐다.
서봉스님은 "티 없이 맑은 동자의 얼굴과 천연한 미소는 각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깊은 위안을 선사할 것"이라며 "동자가 전하는 맑은 지혜와 위안이 우리나라 모든 국민에게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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