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소프라노 프레니 실황·음반 1초 단위로 분석"
김광현 지휘자 "세계적인 미미 탄생 기대"
황수미와 더블 캐스팅…"동경해와 굉장히 기뻐"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저한테는 너무 필요한 역할이에요. '미미'는 저와 성격이 잘 맞고, 저는 되게 속으로는 I(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거든요. (웃음)"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프라노 박혜상이 처음으로 작곡가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미미'로 무대에 오른다.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박혜상은 초(秒) 단위로 역할을 분석하고 있다며, 굉장히 신중하게 역할에 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박혜상은 2020년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계약을 맺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프리마돈나로 세계적인 소프라노다.
그는 6년 전 동일 역할로 캐스팅 제의를 받았지만 끝내 고사했다. 오랜 우상인 이탈리아 전설적인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1935~2020)를 대표하는 배역인 만큼 스스로가 성악가로서 완벽하게 준비됐을 때 임하고 싶었다.
"너무 소중한 것은 아껴두다 나중에 꺼내고 싶잖아요. 그런 마음이 있었고, 프레니는 오랜 제 아이돌이라 (역할을) 피했던 것 같아요."
박혜상은 프레니가 생전 남긴 미미 실황과 녹음 음반 등을 비교해 가며 1초 단위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모방을 통해 제 경험과 인생, 성격 등을 넣어서 제 미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상은 "무대 위에서 저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마음껏 노래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보고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줄 아는데, 실은 내성적인 사람"이라며 웃었다.
작품은 청춘의 사랑과 우정, 상실을 그린다. 19세기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를 배경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애틋한 사랑과 이별을 서정적 선율을 표현한다. 이 안에서 시인 로돌포와 사랑에 빠진 미미를 중심으로 극은 전개된다.
그러나 미미는 결핵을 앓고, 가난과 병마로 인해 로돌포와 갈등을 겪고 이별하는 비극적인 서사를 가진 인물이다.
박혜상은 미미의 직업인 재봉사에서 인물의 성격을 읽어냈다. 그는 "미미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사람"이라며 "자수는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꽃처럼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미미는 그렇게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아름다움보다, 잠깐 왔다 사라지는 아름다움에 더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을 대하는 태도 역시 박혜상이 주목한 지점이다. 그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니라, 그 사실을 외면한 것 같다"며 "신의 삶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아름다움에 집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4년 초연에 이어 다시 코리아쿱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김광현는 박혜상을 높이 평가했다. 김 지휘자는 "라보엠 5~6번 프로덕션을 거치며 많은 미미를 만났지만, 박혜상은 그 가수들이 갖고 있는 모든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휘자는 박혜상에 대해 "본인이 갖고 있는 개념이 명확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미미가 처음이지만 처음답지 않게 완벽하게 공부하고 있다. 오히려 제가 새로 공부하게 된다"며 "세계적인 미미가 탄생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박혜상은 소프라노 황수미와 더블 캐스팅됐다. 두 사람은 같은 서울대 출신,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동반 입상, 같은 교회 성가대 출신 등 공통분모가 많다.
박혜상은 "정말 좋은 우정을 쌓아오고, 동경하던 분이라 (동반 캐스팅 사실이) 굉장히 기뻤다"며 "오랜 만에 같이 시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미미로 동반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 전까지도 몰랐다고 한다.
"단순히 화려한 아리아나 미미의 죽음, 무대 위 즐거움만 보는 것을 넘어 작품에 담긴 깊은 철학까지 명상하듯 들여다봐 주셨으면 해요. 그 안에는 음악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좋은 선물들이 많습니다."
'라보엠'은 내달 5~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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