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클라우드 고객사 292곳 데이터 영구 삭제…이용자 보호는 '법 사각지대'

기사등록 2026/10/23 18:36:29 최종수정 2026/10/23 19:18:24

데이터 멸실 통지·보고 의무 없어…재판매 최종 고객 보호도 불명확

과기정통부·방미통위 '핑퐁 민원' 1년 새 12배…소관 놓고 업무 혼선

배경훈 부총리 "클라우드 이용자 보호·민원 처리 개선방안 마련"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2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심지혜 윤현성 권혜인 수습 기자 = KT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노후 저장장치 고장으로 고객사 292곳의 데이터가 영구 삭제됐지만 현행법에는 데이터 멸실을 별도로 규율하는 조항이 없어 이용자 보호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피해 업체가 정부에 실태조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서로 소관 업무를 미루며 민원을 반복 이송하는 등 부처 간 업무 혼선과 민원 처리체계의 허점도 도마에 올랐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KT클라우드 데이터 멸실 사고를 사례로 들며 클라우드 이용자 보호 제도와 부처 간 민원 처리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6월24일 KT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노후 저장장치가 고장 나면서 기업과 병원, 교육기관 등 고객사 292곳의 홈페이지와 데이터가 영구 삭제됐다.

서비스는 KT클라우드에서 재판매사인 웹에이전시를 거쳐 최종 고객에게 공급됐다. 그러나 현행 클라우드컴퓨팅법은 이 같은 재판매 구조에서 보호받는 이용자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KT클라우드가 설비 노후화나 교체계획을 알고 있더라도 최종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

과기정통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데이터 멸실을 직접 규율하는 법 조항도 없었다. 일정 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되면 이용자에게 통지해야 하지만 데이터가 영구적으로 사라진 사실 자체는 별도의 통지·보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멸실 관련 통계도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손해배상 문제는 이용약관에 따라 해결할 민간 영역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잠시 서비스를 못 쓰는 것과 그동안 쌓아 온 데이터를 모두 잃는 것은 피해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며 "데이터 산업을 강조하는 과기정통부, 그리고 이용자 보호를 법 이름에 내건 주무부처라면 이런 답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을 포함한 클라우드 설비 노후화와 데이터 멸실 실태조사를 요구하면서 "재판매 구조에서도 최종 고객이 보호를 받도록 이용자의 범위와 사업자별 책임을 명확하게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설비 위험정보 전달과 데이터 멸실 보고 의무를 포함한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김 의원은 피해 업체가 실태조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부처 간 민원 처리 실태도 문제 삼았다.

방미통위는 클라우드컴퓨팅법 소관이라며 과기정통부로 민원을 넘겼고, 과기정통부는 조사·시정 권한이 방미통위에 있다며 되돌려 보냈다. 닷새 동안 7차례 민원이 오간 끝에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 처리를 위한 강제조정에 나섰다.

이처럼 두 기관을 모두 거친 이른바 '핑퐁 민원'은 지난해 1~9월 47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556건으로 약 12배 증가했다.

두 기관은 조직개편 8개월 만에 공식협의회를 열었지만 당시 이미 481건의 민원이 누적된 상태였다. 이후 두 차례 회의에서도 민원 소관 정리 문제는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업무분장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부담을 국민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과기정통부가 방미통위와 함께 민원 소관 기준을 명확히 하고, 클라우드 이용자 보호 대책과 함께 한 달 안에 개선방안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 기관 간의 소관 정리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민원 분류 기준을 지금 협의 중에 있고 민원 처리의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 달 내 개선방안 보고 요구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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