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재경부 삭제·수정 요구 10건 모두 미반영"
공자기금 기능 중복·국채 상환 규정 등 쟁점
재경부·기획처 "제도 설계 과정서 지속 소통"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재정경제부는 미래대응기금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이 기획예산처에 의해 묵살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고 재정의 안정적·효율적 운용을 위한 미래대응기금 설치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추후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22일 이 같은 지적을 담은 언론 보도와 관련해 기획처와의 공동 입장을 담은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재경부와 기획처는 그동안 미래대응기금의 세부적인 제도 설계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기획처가 미래대응기금 관련 법안에 대한 재경부의 삭제·수정 요구 10건을 모두 반영하지 않았다며 법안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재경부는 기획처 요청에 따라 지난 8월27일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미래대응기금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냈다.
이 검토 의견에 담긴 재경부 요구는 미래대응기금법의 조문 7건 삭제와 국가재정법 개정안 조문 3건 수정이었다.
구체적으로 재경부는 미래대응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거치지 않고 다른 기금·회계에 여유자금을 직접 맡기거나, 다른 기금의 여유자금을 직접 받아 쓸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자기금은 각 기금의 여유자금 등을 한데 모아 재정에 필요한 곳에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기금이다.
기획처가 마련한 제정안은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운용에 이 같은 직접 예탁·예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예탁은 자금을 맡기는 것이고, 예수는 자금을 받는 것을 뜻한다. 재원 조달과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공자기금과 기능이 중복돼, 기존 재정관리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재경부 검토 의견이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안정화 장치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또 재경부는 다른 회계·기금에서 직접 자금을 받는 조항 대신 공자기금에서 자금을 받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직접 예탁·예수 관련 조항 삭제에 따라 예수기간과 이자율, 기한 전 상환 요청 등에 관한 규정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국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초과세수를 활용할 때 국가채무 상환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초과세수 사용 주체를 재경부 장관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기획처의 초과세수 사용에 재경부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삭제·수정 요구는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박 의원실은 전했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밀어붙이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은 경제부총리의 조문 삭제, 수정 요구를 모두 묵살하고 졸속으로 추진한 기획예산처 발 '독단의 괴물'이었다"며 "입법예고 기간 중 부처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조정을 거치거나 유예해야 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걷어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가 장관으로 있는 재경부의 요구는 정치인이 장관이 있는 기획예산처에 의해 단 한 글자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국감에 출석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저희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