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주변서 장시간 저속 운항한 17척 확인
나토 "일부 선박, 갑판에 물고기 올라온 적 없어"
英정부, 해저시설 고의 훼손 처벌 강화 추진
21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어선들이 영국과 유럽·미국을 잇는 해저케이블 위에 오래 머물거나 경로를 따라 움직인 사례를 500건 이상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선박 추적 플랫폼 글로벌피싱워치의 4년6개월치 운항 자료를 케이블 위치가 표시된 해도와 대조했다. 케이블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움직인 선박은 17척이었다.
스코틀랜드 북쪽에서는 러시아 어선들이 '애틀랜틱 크로싱 1' 케이블 위에서 총 337시간을 보냈다. 이 중 322시간이 2023년 4월에 집중됐다.
한 선박은 케이블 부근에 이르자 갑자기 방향을 바꾼 뒤 케이블 경로를 따라 여러 차례 왕복했다. 해당 구간은 총 약 25㎞였다. 다른 선박들도 케이블 경로를 따라가거나 주변에서 속도를 크게 낮췄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관계자는 "러시아 민간 어선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며 "일부 선박은 갑판에 물고기 한 마리 올라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군 전문가들은 어선이 천천히 이동하면서 음파탐지기로 바닷속을 살피거나, 원격조종 무인잠수정을 내려보내 케이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해군 장교는 "음파탐지기를 갖춘 무인잠수정으로 매우 정밀한 지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해저 지형과 케이블이 놓인 위치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박의 이동 경로만으로 실제 정찰 활동을 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해저케이블은 국가 간 인터넷과 금융거래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다. 케이블이 손상되면 은행과 병원, 교통·휴대전화 서비스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영국 정부는 해저시설 훼손에 대한 처벌을 최대 징역 14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이언 머리 통신 담당 장관은 관련 법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별도로 간첩·감시 활동 의혹으로 EU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수산업체 노레보와 무르만 시푸드는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lyeo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