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세대"…교육난·주거난에 유럽 청년들 시위 확산

기사등록 2026/10/22 18:48:26 최종수정 2026/10/22 19:26:00

학교 봉쇄·광장 농성…유럽 곳곳서 청년 시위

재정난·정쟁에 묶인 정부…청년 불신 커져

전문가 "주거·교육 해법 없으면 시위 이어질 것"

[브뤼셀=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교육환경 악화와 치솟는 주거비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은 2026년 10월9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프랑스어권 지역의 교육 개혁과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전국 단위 시위에 참여한 모습. 2026.10.22.
[서울=뉴시스]염준호 수습 기자 = 프랑스 학생들은 쓰레기통으로 학교 출입구를 막았고, 스페인 시민들은 도심 광장에 텐트를 쳤다. 교육환경 악화와 치솟는 주거비에 분노한 유럽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는 프랑스와 스페인뿐 아니라 포르투갈, 벨기에, 이탈리아, 알바니아에서도 벌어졌다. 나라마다 계기는 달랐지만, 정부의 민생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불신이 공통된 배경으로 꼽혔다.

프랑스에서는 낡은 교실과 교사 부족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에 이어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반발하는 집회도 벌어졌다. 지난 17일에는 약 50만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 10일 포르투에서 주거비와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리스본 로시우 광장에서도 지난 17일 텐트 농성이 시작됐다.

'집 없는 세대', '그저 살 집을 원한다'는 현수막이 걸렸지만, 농성장은 20일 철거됐다. 이후 추가 시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벨기에에서도 교육비 부담과 교육 예산 삭감, 정부 긴축정책에 반발하는 학생 시위가 이어졌다.

[릴=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교육환경 악화와 치솟는 주거비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은 9월30일 프랑스 릴에서 한 고등학생이 학교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 도중 최루탄을 던진 모습. 2026.10.22.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 등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에도 추가 집회가 예고됐다. 남부에서는 경윳값 급등에 반발한 트럭 운전사들의 시위도 별도로 이어졌다.

알바니아에서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연계된 리조트 개발에 반대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학생 중심 시위로 확대되면서 교육환경과 생활 수준, 정부에 대한 불만도 분출했다.

파리 HEC 경영대학원의 알베르토 알레마노 교수는 "시위마다 원인이 다르고 정치적 목표도 반드시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많은 유럽 청년이 기존 제도가 자신들이 기대하는 안정과 기회, 목소리를 낼 통로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다.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 파리사무소의 셀리아 벨랭 소장은 프랑스 정부가 높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의회 교착에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생들의 큰 불만에 정부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며 "결국 '돈이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답인데, 이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테네=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교육환경 악화와 치솟는 주거비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저렴한 학생 주택 부족에 항의하는 철야 시위를 벌이며 텐트를 설치한 모습. 2026.10.21.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폭력을 규탄하면서도 "이번 집회는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나다.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란차 곤살레스 전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유는 달라도 같은 불씨를 공유한다. 사회계약의 붕괴"라고 진단했다. 그는 "프랑스 청년들은 교육을, 스페인 청년들은 주거를 위해 시위한다"며 "경제가 풍요와 사회적 평등을 가져온다는 믿음이 유럽에서 무너졌다"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지타바 라흐만 유럽 담당 이사는 국민의 기대와 정부의 재정 능력 사이 간극을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요구와 경제 현실의 불일치가 지속되고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기적으로 불만과 시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레마노 교수는 "평화적 시위대를 보호하고 범죄 행위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주거비와 고용 불안, 공공서비스 부담 등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럽의 민주적 제도는 무질서를 얼마나 강하게 규탄하느냐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분노를 실질적인 정치 변화로 바꿀 수 있느냐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라나=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교육환경 악화와 치솟는 주거비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한 모습.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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