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국 스타트업 9곳 투자 발표…獨총리엔 규제 완화 촉구
베를린서 조립형 AI 데이터센터 설계 공개…월가는 민간업체 부채 경계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21일(현지 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유럽 각국 정부와 협력을 넓히고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투자 거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이외 지역으로 반도체 시장을 넓히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황 CEO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술 콘퍼런스 'GTC' 기조연설에서 최근 1년간 유럽의 스타트업과 협력사업 등에 100억달러 가까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주일간 유럽에서 스타트업 14곳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고도 밝혔다.
황 CEO가 내세우는 개념은 '소버린 AI(Sovereign AI)'다. 국가가 자국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데이터와 AI 모델을 직접 관리해 미국이나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의존을 줄이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자국에 보관하고 AI 모델을 직접 운영하더라도 이를 구동하는 반도체까지 자국산을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액시오스는 각국의 AI 자립 투자가 늘수록 핵심 칩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황 CEO는 최근 프랑스에서 스타트업 4곳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황 CEO를 파리에서 맞았다. 황 CEO는 위스키잔을 들고 자신을 '유럽 최대 벤처투자자'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스타트업 5곳에 대한 지분 투자를 발표했다. 황 CEO는 런던의 교회를 개조한 행사장 무대에서 "당신에게도 돈을 드립니다. 당신에게도, 또 당신에게도 드립니다"라고 외치며 투자를 알렸다.
독일에서는 AI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황 CEO는 지난 19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게 "산업이 번성하지 않으면 규제할 대상도 없다"며 "독일과 이 산업에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시장 확대는 유럽에 그치지 않는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국가별 AI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AI 인프라를 경제와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시설로 여기는 정부들이 새로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를 빠르게 설치하기 위한 새로운 설계안도 내놓았다. 21일 베를린 행사에서 공개한 'DSX POD'는 컴퓨팅 장비 등을 모듈 형태로 공장에서 미리 조립·검증한 뒤 현장에 설치하도록 한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전력과 냉각시설 등이 준비된 부지에서 이 모듈을 설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약 6개월에서 빠르면 14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들은 이 설계를 적용한 제품을 2027년 초부터 공급할 계획이라고 엔비디아는 밝혔다.
반도체뿐 아니라 AI 모델과 운영 소프트웨어를 묶어 제공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AI 모델의 학습 결과인 가중치를 공개해 각국이 자국 언어와 산업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 제품군을 활용하는 구상이다.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어위브 등 AI 연산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차입금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엔비디아가 자사 반도체를 구매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순환 투자' 구조도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금융 지원 없이도 AI 반도체 수요가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각국 정부가 AI 인프라를 경제·안보에 필요한 시설로 보고 투자하면 엔비디아가 재무 부담이 큰 일부 민간 기업 외에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가별 AI 자립이 확대되더라도 핵심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한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문제는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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