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 북극 전략 발표 예정…병력 신속 배치 위한 항만·공항 지원
극지 군사기술에 2억6000만 유로…칼라스 "세계 권력 경쟁 최전선"
영국 더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같은 날 새로운 북극 전략을 20일 채택·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식 예고했다.
새 전략에는 의심스러운 선박 움직임을 추적할 감시센터와 군 병력을 신속히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항만·공항 지원, 해저 통신케이블 감시·수리 거점 구축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EU가 주목하는 곳은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방항로(NSR)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바다 얼음이 줄면서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상선이 이미 이 항로를 이용해 유럽을 오가고 있다. 더타임스는 여름철 북방항로를 이용한 항해가 홍해와 지중해를 거치는 기존 노선보다 최소 3분의 1가량 빠르다고 전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북극을 "세계 권력 경쟁의 최전선"으로 규정했다. 그는 유럽이 미국·캐나다와 협력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방항로를 세계 무역의 새로운 병목으로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이해관계국들이 함께하면 이 항로를 모두에게 개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극해에 접한 국가가 아니지만 스스로를 '북극 근접국'이라고 부른다. 북극에 쇄빙선 연구 선단을 파견하고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주요 자원 확보도 시도해 왔다.
EU가 2021년 발표한 북극 전략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해상 교역로와 군사·통신시설 보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EU는 쇄빙선 전력을 늘리고 극한 기상조건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와 장거리 감지장치 등 군사기술에 2억6000만 유로를 배정할 계획이다.
새로 추진하는 해상안보 거점에서는 러시아의 제재 회피에 동원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과 잠수함 활동을 감시할 예정이다. 거점이 들어설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해저 통신케이블을 감시하고 파괴행위가 발생했을 때 수리를 지원하는 별도 거점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유사시 병력을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군사적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항만과 공항도 지원한다.
EU가 북극권에 직접 보유한 영토는 핀란드와 스웨덴 북부에 제한돼 있다. 그러나 칼라스 고위대표는 무역·에너지·통신·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유럽의 안보는 곧 북극의 안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핀란드·노르웨이와 가까운 콜라반도에 대규모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EU는 제한된 북극 활동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노르웨이·아이슬란드·캐나다·영국과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영국은 스코틀랜드 로시머스 공군기지 등을 통해 유럽의 북극 항공 감시를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와는 새로운 형태의 EU 준회원 협력관계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화되지는 않았다.
더타임스는 이 발언이 EU의 북극 시추 반대 입장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9월21일 유로뉴스에 신규 북극 석유·가스 시추에 반대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려면 미국과 유럽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압박은 양측 관계에 깊은 불신을 남겼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EU 회원 지역은 아니지만 북극 안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덴마크·그린란드는 지난달 22일 미군의 군사거점 확대와 안보상 민감한 분야에 대한 일부 외국인 투자 제한 등을 담은 방위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갈등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그린란드에서 대규모 석유·가스·광물 탐사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덴마크 외교부는 이를 반박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그린란드 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동맹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거친 언사가 합의에 꼭 필요했는지가 큰 의문"이라며 "동맹 사이의 신뢰를 깨뜨린 것은 분명하다. 신뢰는 깨진 꽃병과 같아서 다시 붙일 수는 있어도 이전과 같은 꽃병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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