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2승 1패
공이 골문을 향해 날아간 뒤 한국 골볼 대표팀 선수들은 코치진에게 공의 궤적을 물었다.
눈으로 공을 쫓을 수 없는 선수들에게는 방금 던진 공이 어느 방향으로 향했고, 상대 수비에 어떻게 막혔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중요한 단서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느라 몸을 날린 뒤에는 심판진이 선수들의 고글 착용 상태를 확인했다.
롱볼과 하이볼 반칙으로 페널티 샷이 주어지는 등 골볼 코트에서는 일반 구기 종목과 다른 장면들이 이어졌다.
한국 남자 골볼 대표팀은 20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카타르를 10-2로 꺾었다.
경기 초반 상대의 큰 체격과 촘촘한 수비에 맞닥뜨렸지만, 홍성욱을 교체 투입하고 공격 패턴 변화로 돌파구를 찾았다. 정인태와 홍성욱, 한도미니크, 김명진이 차례로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서로 다른 투구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이 상대 수비를 흔들고, 세 선수가 함께 코트를 지키며 빈틈을 메우는 조직력으로 카타르를 압도했다.
골볼은 시각장애 선수들이 방울이 든 1.25㎏의 공의 소리를 듣고 상대 골문에 공을 넣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눈가리개를 착용한 채 공이 바닥을 구르며 내는 소리로 방향과 속도를 판단한다.
코트 양 끝에는 너비 9m의 골문이 설치되고, 한 팀에서 세 명이 코트에 나선다.
선수들이 공을 던지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강한 힘으로 상대 수비를 뚫는 공격이 있는가 하면, 공의 방향과 코스를 정교하게 조절해 수비수의 빈틈을 노리는 공격도 있다.
바운드의 높이와 횟수, 공이 향하는 각도까지 달라지면 상대는 소리만으로 궤적을 예측하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골볼에서 공격수 세 명의 개성이 곧 전술이 되는 이유다.
한국은 카타르를 상대로도 이런 차이를 활용했다. 전반 초반에는 정인태가 강한 공격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정인태는 바운드를 섞은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홍성욱은 교체 투입된 뒤 강한 스로우로 상대 수비를 뚫었다.
후반에는 한도니크와 김명진이 득점 행렬에 가세했다. 김명진은 파워는 다소 떨어져도 골문 구석을 노리는 정확한 슛으로 연속 득점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수비에서도 세 선수의 호흡이 돋보였다. 골볼 수비는 한 명이 공의 방향을 놓치면 다른 선수가 즉시 빈 공간을 메워야 한다. 한국은 선수들의 신체 조건을 고려해 세 명이 삼각형을 이루고, 선수 사이 공간을 최소화하는 수비 전술을 활용했다.
김진 감독은 경기 후 "상대가 생각보다 체격이 크고 지역 수비를 잘해 자리를 지켰다"며 "빠르게 공략하면 기회가 나겠다고 판단했는데, 선수 교체와 다양한 공격 방향 등 준비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서로 다른 공격 스타일은 대표팀의 큰 무기다. 정인태는 힘을 앞세운 강한 투구를 구사한다. 김명진은 상대 수비가 예상하기 어려운 코스를 노린다.
김명진은 "힘보다는 코스로 승부한다”며 “구석을 노리거나 상대를 속이는 공격을 많이 연습한다"고 말했다.
서로의 개성이 팀워크로 이어지는 이런 전술은 훈련장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선수들은 일상에서도 늘 호흡을 맞추며 팀을 만들어간다.
김신 코치는 "시각장애 선수들이 이동할 때 둘이나 셋이 함께 다니며 서로의 눈이 되어준다. 이런 시간이 자연스럽게 대화와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6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카타르를 꺾고 2승1패를 기록했다. 풀리그를 치른 뒤 상위 4팀이 4강 토너먼트를 통해 금메달을 가린다.
세계랭킹 12위 한국은 그동안 최고 성적이 광저우 대회 은메달이었고, 앞선 항저우에서는 4위였다. 9월 세계랭킹에서 일본이 2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고, 중국이 5위, 한국은 아시아 3위권으로 평가된다.
대표팀은 이날 카타르를 꺾 뒤 오후에 일본전에 나선다.
김진 감독은 "패럴림픽에 나서는 문턱에서 계속 무너졌던 아픔이 있다"며 "이번 대회에서 일본 안방에서 이겨 그 패배를 극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