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택시 '소정근로시간' 단축, 무조건 최저임금 위반 아냐"

기사등록 2026/10/19 11:50:10

"단축 폭 적거나 최저임금 위반 결과 없다면 유효"

2019년 이후 '단축=최저임금 위반' 흐름과 어긋나

[서울=뉴시스] 택시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만으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택시기사에게 임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결론을 깬 것이다. (사진=뉴시스DB). 2026.10.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택시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만으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택시기사에게 임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결론을 깬 것이다.

앞서 1일 3.5시간, 1일 2시간 등의 단축 합의를 '최저임금법 위반 행위'로 판단한 판례와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택시기사 권모씨가 충북 청주시에 있는 A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본 원심을 깨고 청주지법으로 돌려 보내 다시 살피게 했다.

사건의 쟁점은 2007년 12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이다. 일반적으로 법인 택시기사 임금은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과 사측에서 지급하는 고정급으로 정해지는데, 과로·과속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초과운송수입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한 게 개정된 법의 취지다.

이후 택시회사들은 '월 소정근로시간 수'를 단축하는 방법을 썼는데,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는 법 개정의 취지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저임금 미달 여부는 고정급에서 '월 소정근로시간 수'를 나눠서 환산하는 시급을 그해 최저임금과 비교해 따진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면 고정급을 유지해도 시급이 늘어나 마치 최저임금법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 및 퇴직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택시기사들의 소송이 잇달았고, 대법원은 2019년 4월 전원합의체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행위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판례를 내놨다.

이후 전원합의체 판례 취지대로 택시기사들의 승소 판결이 계속됐는데 이번에는 택시회사가 승소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A사는 청주 지역에 개정 최저임금법이 적용되기 직전인 2009년까지 노동조합과의 협약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을 '1일당 6시간 50분'으로 정했다.

개정 법률이 적용된 2010년에는 6시간으로 50분(12%) 줄였고, 2015년에는 다시 4시간으로 2시간(33%)를 단축했다. 2018년 3시간 20분까지 줄였다.

권씨는 2016년 1년 동안 A사의 2교대 기사로 일한 뒤, 2010년 이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법 위반 행위로 무효인 만큼 2009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DB). 2026.10.19. photo@newsis.com
1·2심은 권씨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권씨에게 적용되는 2010년의 '50분' 단축은 전년 대비 12% 수준에 그칠 뿐이고, 2015년 새 협정이 체결되기까지 5년 이상 유지된 점을 근거로 유효라고 판시했다.

2015년 '2시간' 단축은 그 폭이 크다면서도 "단축 합의 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해 산정되는 시간당 비교대상 임금(고정급)이 여전히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을 상회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효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2018년도의 '1일 3시간 20분'은 "실제 근로시간과 규범적으로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며 무효로 볼 소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권씨에게 적용되는 2010년, 2015년도 소정근로시간까지 모두 무효로 돌릴 수 없는 만큼, 권씨 주장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목적에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더라도 실제 근로시간과 상당한 불일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은 구분되므로 반드시 양자가 정확히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무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무효라고 할 수 있지만, 단축된 후 법정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았거나 단축의 폭이 급격하지 않다면 유효한 합의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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