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휴'는 1년만 인정?…출연연 4곳, 성차별 규정 늦장 손질

기사등록 2026/10/19 11:30:40

KIST·지자연·에기연·원자력연 일부 규정에 법 개정 미반영

KIST, 남성 육아휴직 근속 1년 제한 조항 11년간 유지

황정아 의원 "규정 정비·소급 적용 추진…23개 출연연 전수점검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IST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곳의 일부 규정에서 육아휴직 근속 인정기간을 1년까지만 두고 있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아빠 육아휴직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법정 육아휴직 기간이 지난해 2월부터 최대 1년6개월로 늘어났지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 4곳의 일부 내부 규정에는 여전히 늘어난 기간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남성의 육아휴직 근속 인정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11년 동안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IST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곳의 일부 규정에서 육아휴직 근속 인정기간을 1년까지만 두고 있었다고 19일 밝혔다. NST를 통해 제출받은 23개 출연연의 인사규정·취업규칙·퇴직금 규정 등을 검토한 결과다.

2025년 2월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시행으로 육아휴직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1년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각각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법은 이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각각 최대 1년6개월까지 근속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셈이다.

◆KIST, 남성 육아휴직 근속 '1년 제한' 조항 11년 동안 유지

KIST는 2014년 공동단체협약을 통해 육아휴직을 최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이듬해인 2015년 8월 퇴직금 지급규정에는 "단 남성의 육아휴직은 1년만 근속기간에 포함한다"는 단서가 추가됐다.

2019년 공동단체협약을 통해 최대 3년의 육아휴직 전체를 근속기간으로 인정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퇴직금 지급규정의 해당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이에 따라 같은 3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여성은 퇴직금 산정 때 3년 모두를 근속으로 인정받는 반면 남성은 1년만 인정하도록 하는 남녀차별 규정이 11년 동안 존속했다.

KIST는 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노무법인 자문 결과 남성의 근속 인정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현행 규정이 확대된 법정 육아휴직 기간과 '상충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정기간을 넘겨 노사가 별도로 정한 육아휴직이라 해도 성별에 따라 근속 인정기간을 다르게 두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 원칙과 상충할 소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황 의원실에 보낸 회신에서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녀 모두에게 3년의 육아휴직을 허용하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에 따라 근속 산입 기준을 달리하고, 이로 인해 임금·복리후생·승진 등에서 특정 성별이 불이익을 받았다면 "고용상 성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첫째는 1년·둘째는 2년…출연연 기관별 규정도 제각각

지질자원연구원은 경력평점요령에서 육아휴직의 근속 인정기간을 첫째 자녀 1년, 둘째 2년, 셋째 이후 3년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근속기간에서 빠진 육아휴직은 경력점수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첫째 자녀를 둔 직원이 법에서 보장한 1년6개월의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면 이 가운데 6개월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구조다.

에너지기술연구원도 취업규칙에서 육아휴직 최초 1년만 근속기간에 포함하고 있다. 셋째 자녀 이후에는 2년을 인정한다. 지난 9월 취업규칙을 개정했지만 법 개정으로 추가된 6개월을 근속에 반영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원자력연구원은 퇴직금지급규정에서 자녀 한 명당 육아휴직 최초 1년만 근속으로 인정하고, 셋째 자녀부터는 전 기간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경력평점기준 등에서는 최대 1년6개월의 육아휴직을 근속기간에 반영하고 있었지만 퇴직금지급규정은 개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의원실 자료 요구 뒤 규정 손질…소급 적용도 추진

황 의원실의 자료 요구 이후 4개 기관은 관련 규정 정비에 나섰다.

KIST는 남성 육아휴직자의 퇴직금 산정 때 근속 인정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단서 조항을 올해 12월 말까지 삭제하기로 했다. 기존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1년을 초과해 사용한 직원에게도 추가 근속기간을 인정하고 퇴직연금 기관부담금 소급분을 납입할 계획이다.

지질자원연구원과 에너지기술연구원도 연내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대상자를 조사해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원자력연구원은 1년6개월의 추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 가운데 퇴직자는 아직 없다며 퇴직금지급규정을 즉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아빠 육아휴직이 늘어나는 시대에 국가 연구기관이 '남성은 1년만'이라는 낡은 규정을 11년이나 유지해온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또한 출연연들이 법이 바뀐 지 1년7개월이 넘도록 규정을 방치한 것도 연구자들의 권리를 기관 편의로 깎아온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23개 출연연의 근속·경력·보수 규정 전반을 다시 전수 점검해 성별·자녀별 차별이 없도록 즉각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그동안 불이익을 받은 직원들이 빠짐없이 소급 구제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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