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무역 협상도 논란…美 소비자 부담 가중
전문가들 "승리 집착·양보 거부가 협상 걸림돌"
이란 전쟁 종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무역 협상 등 주요 현안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협상의 달인'이라는 이미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은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경력과 백악관 재임 기간의 협상 사례를 분석한 결과, 그가 내세운 협상 성과가 상당히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능력을 과신하고 모든 협상에서 승리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오히려 실질적인 합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수주 안에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자신이 중재한 휴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란 지도부가 전투 종식을 위한 협상에 필사적이라고 거듭 주장했으나, 실제 상황은 그의 설명과 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으며, 양국이 에너지 기반 시설을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쟁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무역 분야에서도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지렛대로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갈등을 촉발했다. 관세 수입이 발생했지만 상당한 부담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사업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성과는 일관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안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크리스토퍼 프레블 선임연구원은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 일에 능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협상 전문가이자 '트럼프의 진짜 거래'의 저자인 마티 라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부터 협상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성공적인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수많은 거래에서 실패했고 대통령으로서도 실질적인 협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자신의 협상 능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1987년 출간된 저서 '거래의 기술'과 2004년 시작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는 부유하고 강력한 사업가이자 협상가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하는 데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4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군비 통제 협상과 관련해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보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에 관한 지식을 익히는 데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며 협상의 성패는 타고난 능력에 달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몬트클레어주립대의 조엘 페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와 성공을 강조하는 이미지가 첫 대선 출마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면 자신의 성공과 부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도 자신이 세계 최고의 협상가 중 한 명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백악관은 그가 중국과 일본, 유럽 등 여러 국가와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유치했다며 협상 성과를 옹호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매튜 미들턴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그가 성사시킨 무역 협정과 재임 기간 확보한 대규모 제조업 투자 유치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 목록에는 1기 재임 당시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지구 휴전 합의도 포함된다. 그러나 휴전 이후에도 가자지구에서 공습과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등 중동의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민간 핵 협력 협정과 베네수엘라 석유 개발 구상도 실질적인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협상 상대를 압박해 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네이션: 도널드 트럼프가 되는 기술'의 저자 팀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성을 협상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며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이 바로 그라면, 그 혼란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종종 그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협상과 국가 간 분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대통령의 권력이 곧 협상력으로 이어진다고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란과의 분쟁에서는 군사적 우위만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거나 합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방식은 소송 문제로도 비판받아 왔다. 라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약 40년간의 사업 경력에서 4000건이 넘는 소송에 연루됐다. 직원 임금 미지급이나 채권자와의 분쟁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채무를 낮추려는 전략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라츠는 이러한 방식이 법적·도덕적 논란을 낳을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시절뿐 아니라 대통령 재임 중에도 여러 기업과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에 휘말려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측근인 바버라 레스는 "그가 협상에서 양보를 꺼리고 모든 사안에서 승리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자존심을 앞세우지 않았다면 더 나은 협상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경영 능력과 협상 성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를 가늠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브라이언은 "선거 이후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얼마나 유능한 경영자이자 협상가로 신뢰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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