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특수 사라진 전통시장 풍경
반면 포장김치 매대 앞은 문전성시
"소량구매 선호…소비문화 바뀌어"
[서울=뉴시스]이태성 임승규 수습 기자 = "옛날엔 식구도 많고 같이 먹을 사람이 많아서 50포기씩 김장을 했죠. 근데 이젠 아이들도 다 자라서 나가고 먹을 사람이 없어요. 김장 안 한 지가 벌써 10년째예요."
"식구가 줄어서 몇년 전부터 김장을 안 하고 사 먹어요. 포장김치가 더 비싸긴 하지만 식구가 적으니 이게 낫죠. 요새 힘들게 누가 김장하나요?"
매년 10월 말이 되면 동네 마트나 전통시장은 김장을 준비하는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원활한 재료 수급을 위해 며칠 전 예약을 받는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김장재료를 판매하는 곳은 손님이 계속 줄어드는 반면, 포장김치를 판매하는 곳에는 시간과 계절에 상관없이 손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곳곳이 붐볐지만, 배추 등 농산물이나 고춧가루, 젓갈류를 판매하는 가게에는 손님이 없어 대조적이었다.
중부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70)씨는 "김장철 배추 판매량이 매년 20%씩은 줄어드는 것 같다"며 "보통 젊은 사람들은 김치를 사다 먹고, 나이 든 분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춧가루를 판매하는 김경희(62)씨도 "김장철이라고 해봐야 고춧가루를 사 가는 사람이 하루에 2~3명이 될까 싶다"며 "요즘은 핵가족화로 자녀들이 독립하거나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오후 마포구 한 대형마트의 포장김치 매대 앞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청년층도 자주 보였다.
한 노부부는 김치의 유통기한을 꼼꼼히 비교하며 "이게 더 유통기한이 길다"라고 대화를 나눴다. 마트 직원이 30대로 보이는 남성 고객에게 "혼자 살면 이 상품을 추천한다"고 설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A(80)씨는 "예전엔 가족들이 다같이 집에 모여 김장을 했지만 요새는 아니다"라며 "재료가 비싸서라기보다, 집에 사람도 없고 힘들어서 사다 먹는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이 외에도 "과거와 달리 반찬 종류가 다양해졌다" "몇십포기씩 직접 담그는 게 힘들어서 시판 상품을 구매한다" "맛이나 품질이 좋은 소량 제품이 잘 나온다"는 등의 이유로 김장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2025 김치산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김치 조달 방법으로 '상품김치를 구입한다'는 비율이 37.5%로 가장 높았다. 전년 대비 2.4%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반면 김치를 직접 담갔다는 비율은 21.8%에 그쳤다.
또한 향후 김치를 직접 담그는 양은 줄이고 국산 상품김치를 구입할 계획인 소비자는 38.2%지만, 직접 담그는 양을 늘리고 국산 김치 구입을 줄일 계획인 소비자는 12.8%로 나타나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김치를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라며 "식품업체들의 기술력 상승이나, 육체노동을 최소화하려는 가족 문화 등 복합적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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