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이미지 지키면서 새 소비층 공략…브랜드 다각화
ODM 유연성 확대에 힘입어 소량 출시, 시장 반응 확인
특히 하나의 브랜드에서 제품군과 가격대를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별도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된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제품 출시와 생산 규모를 조절하는 방식도 등장하면서 화장품 업계의 브랜드 운영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
로듀는 기존 어뮤즈의 자유롭고 감각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받으면서도 보다 가볍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제품은 '비타 버터 립 밤' 8종이다. 투명한 '퓨어 듀'를 비롯해 구아바, 오트, 복숭아, 소이 밀크, 블루베리, 무화과, 석류 등으로 구성했다. 가격은 6g 기준 8900원이다.
어뮤즈 공식몰을 시작으로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와 편의점 이마트24 등으로 판매 채널도 순차 확대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제품 출시 방식이다. 로듀는 정해진 제품군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대신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드롭(Drop)' 방식을 도입했다.
드롭은 패션업계에서 주로 활용해 온 판매 전략이다. 계절마다 전체 컬렉션을 출시하기보다 일부 품목을 적은 수량으로 먼저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에 따라 추가 생산이나 제품 보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화장품에서도 아이 메이크업과 립 메이크업 등 여러 제품군을 한꺼번에 출시하는 대신 특정 제품부터 선보이며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색조 화장품은 유행에 따라 선호하는 색상과 제형이 빠르게 달라진다. 제품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초기 출시 규모를 줄이고 판매 추이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면 재고 부담과 신제품 출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계의 변화가 있다.
최근 인디 뷰티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ODM 업체들도 최소 주문 수량(MOQ)을 낮추고 소량 다품종 생산에 대응하고 있다.
색조 화장품은 색상과 제형, 용기 등에 따라 제품 구성이 다양해 생산 효율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생산 공정 자동화, 제조시설 확충 등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의 소량 생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기업들도 대규모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보다 소량으로 시장성을 시험하고 소비자 반응에 맞춰 제품을 추가하는 전략을 활용할 여지가 커졌다.
자매 브랜드를 통해 기존 브랜드와 다른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는 사례도 있다.
색조 브랜드 '롬앤'으로 인지도를 쌓은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자매 브랜드 '누즈(nuse)'에 이어 스킨케어 브랜드 'rdrd'를 선보이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누즈는 색조와 피부 관리 기능을 결합한 '컬러케어'를 콘셉트로 내세운 비건·기능성 색조 브랜드다. 기존 롬앤과 같은 색조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기능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달리해 차별화를 꾀했다.
반면 rdrd는 스킨케어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사례다. '붉은기에 진심'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홍조와 극민감 홍조, 여드름성 붉은기, 여드름 흔적 등 소비자의 피부 고민을 세분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 방식에도 차이를 뒀다. rdrd는 공식몰 가입자를 대상으로 'rdrd클럽'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제품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을 사용한 고객이 후기를 남기고 활동 등급을 높이면 신제품 체험이나 셀프케어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 사용자의 의견을 수집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rdrd는 최근 일본 진출을 공식 발표하고 지난 10일부터 현지 대형 유통 체인 '로프트(LoFT)'에서 단독 선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이 자매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는 배경에는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나의 브랜드에서 가격대와 제품군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기존 소비자가 인식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다.
특히 특정 제품이나 콘셉트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일수록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때 기존 고객층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별도 브랜드를 운영하면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가격대와 제품군,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다. 같은 색조 시장에서도 기능성과 사용 목적을 달리하거나 스킨케어처럼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등 사업 확장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고 유행 변화가 빨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의 브랜드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보다 특정 소비자층의 취향과 고민에 집중한 브랜드를 여러 개 운영하는 편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브랜드 수가 늘어날수록 마케팅과 유통, 제품 개발 등에 투입되는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소비자 수요가 분산되는 이른바 '자기잠식'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자매 브랜드 전략의 성패는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독자적인 소비자층과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K뷰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브랜드 수를 늘리는 것 자체보다 각 브랜드의 역할과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