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개선…단기 사업·M&A 등 기대
1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손모빌·쉘·셰브론·토탈에너지·BP 등 5대 석유 기업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0억 달러(75%) 증가한 750억 달러(101조여원)에 달하는 조정 순이익을 거뒀다.
석유 업계는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큰 수혜를 입었다. 에너지 시장의 혼란이 커지면서 원유 가격은 연초 대비 평균 30% 이상 올랐다. 유럽 가스 가격은 2월 전쟁 이후 155% 급등했으며, 디젤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다.
FT는 "이 같은 호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 업계 수익이 125% 급증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다만 이번엔 지금까지 (기업들은) 횡재세를 피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여유 자금을 활용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기업이 있다. BP는 이번 주 예상치 못한 수익(횡재)를 활용해 3분기 부채 및 기타 재무를 90~100억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맥 오닐 BP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지출을 늘릴 때가 아니다.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표면적인 가격 변동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석유 경영진들은 이란 전쟁과 높은 에너지 수준이 얼마나 유지할지 불확실해서, 추가 지출을 약속하거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적극 발표하는 데 신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건스탠리의 유럽 석유·가스 연구 책임자 마르틴 라츠는 "분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계획을 완전히 바꾸기 아직 이르다"며 "많은 기업이 자본 규율을 강조하고, 과거 호황기 국면에서 보았던 대규모 지출 열풍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토탈에너지의 경우 주요 에너지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주주 환원 계획을 밝혔다. 2030년까지 매년 배당금을 인상하고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겠다며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다른 기업도 주주환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재무 상태를 개선하면, 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석유·가스 매장량 증대에 투입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수익을 단기간에 낼 수 있는 사업에 투자가 집중될 전망이다.
비톨의 러셀 하디 CEO는 "단기 투자가 가능한 분야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거대한 자원을 발견하고, 평가하고, 개발한 뒤 2039년에 생산에 들어간다는 구상은 투자자들이 열광할 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인수합병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인수합병 시장은 유가 변동성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공정한 가치를 합의하기 어려워 정체된 상태였다.
맥킨지의 석유·가스 공동 책임자 미카 스미스는 "현금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해서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현재 100달러 이상인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으로 하락한 뒤 안정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정유 사업에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라츠 책임자는 "트레이딩과 정유는 사실상 똑같은 시장 혼란에 기대고 있다"며 "비톨, 트라피구라 등 원유 트레이딩 기업이 많은 정제 시설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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