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한 한, 나눔으로" 89세 할머니 3년째 기부

기사등록 2026/10/15 13:12:39

이임순 할머니, 막내아들 모교 전남대에 1000만원

농사·나물 장사로 7남매 키워…"생일마다 기부"

[전남광주=뉴시스] 전남대 로스쿨에 3년째 기부중인 이임순 할머니와 막내아들 이금규 변호사. (사진 = 전남대 제공). 2026.10.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평생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자녀 교육으로 풀어낸 89세 할머니가 막내아들의 모교인 전남대학교에 3년째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농사를 짓고 시장에서 나물을 팔아 7남매를 키운 어머니가 이제는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모아 생일마다 기부 약속을 지키고 있다.

15일 전남대학교에 따르면 이임순 할머니는 올해도 자신의 생일을 맞아 막내아들 이금규 변호사의 모교인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자녀를 훌륭하게 가르치고 성장하도록 도와준 대학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기부가 올해로 3년째다.

1937년 정축년 소띠 해에 태어난 이 할머니는 평생 소처럼 부지런히 일하며 7남매를 키웠다. 광주 한 마을에서 농사와 양계장을 운영했다. 37년 전 남편과 갑작스럽게 사별한 뒤에도 홀로 농사일을 감당했다. 양동시장과 상무금요시장 등지에서 시금치를 비롯한 나물을 팔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이 할머니는 평생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을 가장 큰 한으로 여겼다. 자신은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자녀들만큼은 공부하며 성장하기를 바랐다.

재작년부터는 노환으로 시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나눔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7남매가 모두 졸업한 극락초등학교에도 장학금을 기부하며 나눔의 범위를 넓혔다.

이 할머니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 농사일도 할 수 없고 돈 한 푼 벌기 어렵지만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모아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정성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생일마다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계속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막내아들 이 변호사는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지검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주요 헌법적 현안에서 국회 측 변호인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해병특검 특별검사보로서 관련 사건의 진상 규명에 힘쓰고 있다.

'망구(望九)'는 아흔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내년이면 만 90세를 맞는 이 할머니에게 기부는 평생 받은 도움과 은혜를 되돌려주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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