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직접 소통하던 인사 퇴진
국방 현대화·에너지 협력 추진 속 외교 변수
그리스 정부 "양국 관계 최고 수준" 강조
[서울=뉴시스]염지윤 수습 기자 = 킴벌리 길포일 주그리스 미국 대사가 사임하면서 그리스에서 미국 백악관과의 소통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방·에너지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백악관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인사가 떠났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길포일 대사는 백악관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날 사임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지 1년도 안 돼 물러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임에 그리스에서는 미국 정부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길포일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사임 소식은 그리스 주요 신문들의 1면을 장식했다. 그리스 일간지 에피메리다 톤 신탁톤은 "가장 짧은 외교관 경력"이라며 길포일 대사의 조기 퇴진을 꼬집었다.
아도니스 게오르기아디스 그리스 보건장관은 현지 방송에서 길포일의 사임을 반길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업무를 넘겨받을 외교관은 유능하지만 길포일처럼 백악관과 직접 접촉하지는 못한다"며 미국 내 영향력 약화를 우려했다.
길포일 업무는 지역 사정에 밝은 직업 외교관인 조시 허크 부대사가 넘겨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임은 그리스가 대규모 국방 현대화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축소를 추진하는 시점에 이뤄졌다. 두 과제 모두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주 아테네를 방문해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그리스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코스티스 하치다키스 부총리는 "그리스와 미국의 관계는 최고 수준"이라며 그동안의 진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포일의 사임은 "미국에 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길포일 관련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정부는 길포일과 자주 접촉한 현지 기업들에 부당한 특혜를 줬다는 보도도 부인했다.
한편 길포일 대사는 부임 전과 재임 중 부적절하거나 불법일 가능성이 있는 의혹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대가로 친트럼프 후원자에게 개인 신용카드 대금 10만 달러(약 1억3500만원)를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를 위협하고 부적절한 선물과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사임 의사를 밝힌 길포일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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