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력 제약 등으로 군사개입 배제해야”
美 군사 불개입, 1990년대 이후 소수 학자들 사이에서 이어져
中 학자 “美 군사력 바탕 전략 모호성, 中 군사력 증강으로 무의미”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전략가들 사이에서 대만과 수교 이후 미국이 취해 온 전략적 모호성을 버릴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하면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면서도 ‘대만지원법’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의 분쟁 발생시 군사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이는 중국의 무력 사용을 억제하는 동시에 대만에는 공식적인 독립 선언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 “美 군사력 제약 등으로 군사개입 배제해야”
하지만 미국의 세계적 역할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 미국의 군사력 제약, 그리고 중국의 군사적 부상 등으로 지역 세력 균형이 변화하면서 소수지만 현실주의적 미국 전략가들에게 이같은 도전을 받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들은 중국과 미국간 파국적인 전쟁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대만 문제에 대한 군사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군사 분석 책임자 제니퍼 카바나흐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관리들이 처음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표명했을 당시에는 중국군의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력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썼다.
카바나흐 연구원은 “미군은 주요 강대국간 분쟁에 필요한 첨단 무기와 해군력이 부족한 것 등 취약점도 드러났다”며 “대만을 둘러싼 전쟁에서 중국을 제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미국과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간의 상호방위조약을 보다 제한적인 안보 파트너십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제1도련선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시키고 일본에서 괌, 파푸아뉴기니까지 이어지는 제2도련선 주변에 소규모 병력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같은 제안은 미국 국가 안보 관계자들 사이에서 ‘급진적’이라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공산당의 선동적인 주장으로도 여겨졌다고 SCMP는 전했다.
카바나흐는 8일 SCMP 인터뷰에서 대만 봉쇄를 뚫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분석한 여러 모델링 연구 결과, 미중 어느 쪽도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고 서서히 압박해 결국에는 무너뜨릴 것 같다. 그러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바나흐는 지난해부터 대만에 대한 불개입 정책을 제안하는 여러 보고서를 작성하고 논평을 발표했다고 SCMP는 전했다.
◆ 美 군사 불개입 주장, 1990년대 이후 소수 학자들 사이에서 이어져
앞서 랜돌프 본 연구소 선임연구원 테드 갤런 카펜터는 1998년 카토연구소 재직 당시 작성한 정책 보고서에서 무기 판매 지속을 옹호하면서도 군사 개입은 명시적으로 배제했다.
카토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더그 밴도우도 2024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MIT 안보 연구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찰스 L. 글레이저는 2015년 논문에서 미국이 대만 방어에 대한 약속을 철회하는 대신 중국이 해양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계속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카네기재단 미국 외교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스티븐 웨르트하임은 지난해 2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인민해방군이 미군 기지나 군함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대만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퀸시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마이클 스웨인은 동맹국과 중국을 안심시키는 것을 강조하며 명시적인 불개입으로의 점진적 전환을 제안했다.
스웨인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더 위험해질 것이며, 양국 간 전략적 경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中 학자 “美 군사력과 억지력 바탕 전략 모호성, 中 군사력 증강으로 무의미해져”
중국 상하이 푸단대 미국학센터 신창 부소장은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의 배경에는 막강한 군사력과 억지력이 있었지만 중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이러한 정책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정책적 관성 때문에 이 같은 소수의 견해가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변화 필요성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외교 정책의 틀을 깨뜨리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대만 분쟁 발생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첫 번째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대만에 대한 14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중단했으며 다음달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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