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사노조, 교사 2427명 설문
수능 서·논술형 도입 반대 73.5%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논술형 채점 지원을 경험한 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은 AI 채점 결과를 재확인하느라 업무가 오히려 늘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도 73.5%가 반대하는 등 평가 확대에 앞서 채점 시간 확보와 민원·분쟁 해결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은 전국 중등교사 2427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7일부터 30일까지 '학교 서·논술형 평가 실태 및 수능 도입 교사 인식'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조사 결과 AI 채점 또는 평가 지원을 사용해 본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30.4%(734명)였다. 이들 가운데 AI가 채점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36.3%에 그쳤다. AI 채점 결과를 신뢰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14.6%였다.
반면 AI와 교사의 판단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는 응답은 77.4%였으며, AI 채점 결과를 다시 확인하느라 업무가 오히려 늘었다는 응답은 64.1%에 달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서·논술형 평가가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개방형 문항을 운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서·논술형 평가를 수행평가와 정기고사에서 모두 실시한다는 응답은 51.8%, 수행평가에서만 실시한다는 응답은 43.0%, 정기고사에서만 실시한다는 응답은 4.5%였다. 반면 학생이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는 개방형으로 운영된다는 응답은 19.4%에 그쳤다. 부정 응답은 57.0%, 보통은 23.6%였다.
채점에 필요한 시간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기에 평가하는 학생 수가 150명 이상이라는 응답은 66.5%였고, 200명 이상은 38.6%, 300명 이상은 13.5%였다.
학생 한 명의 서·논술형 답안을 채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20분이 30.9%로 가장 많았다. 21~30분은 14.1%, 31~40분은 7.5%였으며, 41분 이상 걸린다는 응답도 있었다.
학생 200명의 답안을 한 명당 21분씩 채점한다고 가정하면 총 70시간이 필요하다. 하루 8시간을 온전히 채점에만 사용해도 약 9일이 걸리는 셈이다.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교사들이 별도의 채점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채점 관련 민원과 분쟁을 직접 경험한 교사도 절반에 가까웠다. 최근 3년간 채점 관련 이의신청이나 민원을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은 48.0%였고, 직접 경험하거나 동료 사례를 목격했다는 응답은 87.8%였다. 직접 경험 비율은 고등학교 교사 51.2%, 중학교 교사 45.1%였으며 국어 교사는 62.1%로 더 높았다.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3.5%가 반대했다. 충분한 준비 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16.7%, 일부 교과에 한해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6.5%였으며 찬성은 1.8%에 그쳤다.
서·논술형 평가 도입 시 예상되는 변화로는 채점 공정성 논란 증가가 84.5%로 가장 많았다. 이의신청·법적 분쟁 증가(78.5%), 첨삭·답안 작성 사교육 증가(66.3%), 학생의 입시 부담 증가(64.5%), 지역·학교·가정환경에 따른 격차 확대(57.6%)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 내신의 서·논술형 평가 방향에 대해서는 교과와 학생 특성에 따라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이 47.8%로 가장 많았다. 축소는 26.9%, 필요한 교과·영역에서만 확대는 11.5%, 현재 수준 유지는 10.4%였으며 확대는 1.8%였다.
평가 확대에 앞서 필요한 조건으로는 교사 1인당 수업시수와 담당 과목 수 감축,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채점자의 평가 권한 인정 등이 꼽혔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내신부터 서·논술형 시험을 확대해 상당 기간 시행하면서 공교육이 대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평가 형식을 바꾼다고 학생의 사고력이 저절로 자라지는 않는다. 학생의 답안을 읽고 피드백할 시간과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할 제도부터 갖춰야 한다"며 "국교위는 미래교육의 비용을 교사의 야간노동과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고, 인력·시간·분쟁 해결 체계부터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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