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은 회복됐는데 유가 104달러…호르무즈·홍해 길 모두 '흔들'

기사등록 2026/10/13 14:07:14 최종수정 2026/10/13 15:12:24

호르무즈 10월 최소 16척 피격…미군 지원에 수출량은 전쟁 전 수준 접근

사우디 홍해 우회송유관도 공격…비축유·정제설비 여력까지 줄어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해협에 소형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모터보트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9.0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배럴당 104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우회 수송로가 동시에 공격 위험에 놓인 데다, 비축유와 정제설비의 여력까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잇단 공급 차질을 견뎌온 세계 에너지 산업의 회복력이 다시 시험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9월 중동 지역 원유 수출량은 전쟁 전 수준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미군의 보호와 항행 지원을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는 선박이 늘어난 영향이다.

쿠웨이트에서도 회복세가 나타났다. 나와프 알사바 쿠웨이트석유공사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전쟁 전 하루 약 260만 배럴을 수출했던 쿠웨이트의 생산량이 현재 하루 약 200만 배럴까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유조선이 위험을 감수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회복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10월 들어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최소 16척의 선박이 공격받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약 104달러로 전쟁 직전 70달러 미만보다 크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공격이 선사들의 운항 기피로 이어져 수출량을 다시 끌어내릴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수송을 지원하는 미군 작전도 비용 부담이 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지원을 무기한 이어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위험은 사우디 본토로도 번졌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주말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을 공격해 공항 운영을 한때 중단시켰다. 당시 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대형 에너지 회의 참석을 위해 리야드로 향하던 중이었다.

세계석유총회는 예정대로 열렸지만 일부 참석자는 다른 공항으로 우회했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등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엑손모빌과 BP 최고경영자 등 주요 석유기업 수장들도 사우디 방문을 취소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공격이 사우디의 인프라와 제도, 위기 대응 능력을 시험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장의 더 큰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때 이용할 대체 수송로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전쟁 전 쿠웨이트와 이라크는 사실상 대부분의 원유 수출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했고, 사우디도 수출 원유의 약 80%를 이 해협을 통해 내보냈다.

이란이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막은 뒤 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이어지는 동서송유관에 크게 의존했다. 하루 400만~5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송유관으로 옮긴 뒤 선박에 실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 시장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올여름 후티 반군이 사우디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을 위협하면서 이 항로의 위험도 커졌다. 9월에는 동서송유관 자체가 공격받아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는 수천 명의 기술자와 계약업체 직원으로 구성된 10개 이상의 팀을 투입해 며칠 만에 펌프 시설을 복구했다고 설명했다.

시설을 신속하게 복구했다고 안전한 수송망까지 되살아난 것은 아니다. 애런 브래디 S&P글로벌 에너지 부문 석유시장서비스 부사장은 산유국들이 여전히 안전한 수송로와 유조선, 위험을 감수할 구매자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동에서 원유가 빠져나오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안전한 우회로는 더 이상 없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 국무부 에너지 특사는 현재의 에너지 시장이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세계가 장기간의 불안정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송로뿐 아니라 시장 충격을 흡수해온 완충장치도 약해지고 있다. 각국은 지난 3월 사상 최대 규모의 공동 비축유 방출에 나서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지만 비축량은 줄고 있다. 원유를 휘발유와 경유 등으로 바꾸는 세계 정제설비도 가동 여력이 빠듯해 비축유 방출의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

특히 경유 가격이 세계적인 부담으로 떠올랐다. 경유는 화물 운송과 산업 활동에 필수적이지만 정제설비 부족으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정치적 압박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허용했지만 전문가들은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세르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세계의 원유 비축량이 위험할 정도로 줄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구매를 다시 늘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전쟁 초기 하루 약 1160만 배럴이던 원유 수입을 한때 710만 배럴까지 줄였다.

업계에서는 이런 혼란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텡쿠 무함마드 타우픽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 최고경영자는 올해 남은 기간은 물론 2027년까지 시장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브래디 부사장은 중동에서 빠져나오는 원유 물량은 늘고 있지만 운송로는 더 복잡해지고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수송 체계를 '임시방편으로 이어 붙인 시스템'으로 표현하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브카이크=AP/뉴시스] 플래닛랩스가 2026년 7월27일 제공한 위성사진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의 아람코 석유 처리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정확한 촬영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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